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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 남편 친구가 이 시국에 요식업을 시작했다고 해서 팔아줄겸 낮에 다녀왔어요.
가게는 요즘 어느 동네나 있는 OO카페거리 같은 곳 초입에 위치해 있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상태여도 주말이라 그런지 거리에 사람이 정말 많더라구요.
가게 들어가니 아무래도 신장개업한 집이라 다른 가게들에 비해 테이블이 꽉 차진 않았었고
그래도 다른 손님들 들어오면 좋은 자리 비워두는게 좋을 것 같아서
잘 됐으면 하는 지인 마음으로 손님들이 별로 안찾을 것 같은 구석 후미진 테이블에 앉았어요.
몇번 부부끼리 본 사이라서 저희가 들어가서 준비해 온 드라이플라워 미니 화환 전달하려고
카운터 가서 인사하니까 와이프 분이 너무 반갑게 맞아주시고 뷰 좋은 자리 냅두고
왜 저 안에 가서 앉았느냐 하면서 자리 옮기라고 잡아 끌었어요. 참 붙임성 좋은 분이에요.
가게는 퓨전 요릿집이에요. 와인도 같이 파는데 약간 한식+유럽식 같은 느낌.
우니 파스타, 김치퀘사디아, 크림백순대 이런거 파는 곳이에요.
요즘 젊은 분들이 좋아 할 것 같더라구요. 제 입맛에도 잘 맞았어요.
저는 얼마전에 돌 지난 아가가 하나 있는데 친정에 태어나서 아이 처음 맡기고
신랑이랑 둘이 데이트처럼 나온거였어요. 엄청 홀가분하고 기분 좋다가도
계속 아이가 너무 걱정되고 신경쓰여서 빨리 먹고 들어가야겠다 생각 중이었어요.
가뜩이나 손님 많이 받고 장사 신경써야 하는데 지인이라고 죽치고 오래 앉아 있는거
몇십만원어치 팔아줄거 아니고서야 별로 좋은거 아니겠다 싶기도 했구요.
거리두기 단계 격상만 아니면 여러 친구들 데리고 가서 시끌벅적하게 가게 분위기 살리고
매출도 많이 올려줬겠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다보니..ㅠ
그래서 여기서 점심 맛있게 먹고 아이 보느라 고생하셨을 친정 부모님 드시라고 포장도하고
당연히 마트에서 사는게 더 싸지만 가게에서 와인도 두병 정도 사가려고 맘먹고 갔어요.
남편이랑 친구분은 고등학교 동창이고 아주 절친까진 아니어도 친구들 모이면
꼭 끼어 있는 멤버라고 했거든요.
저도 아이 낳기 전까지는 프랜차이즈지만 디저트 카페 운영했던 터라 자영업자 마음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참 안타깝게도 식사 다 먹도록 저희 말고 손님이 아무도 안들어오더라구요.
그래서 홍보가 좀 덜 됐구나 싶어서 제가 음식사진 찍어서 인스타에 올리고
페이스북에 위치 등록까지 시켰어요. 나중에 오시는 분들 태그도 편하시라고.
그래서 자연히 원래는 일찍 일어나려고 했는데 좀 더 앉아 차 한잔 더 하게 됐어요.
정말 여기까지는 서로 와줘서 고맙다, 식사 너무 맛있게 했다, 자주 오겠다, 축하한다.
진짜 분위기 좋았어요.
근데 그 다음이 문제였어요.
아내 되시는 분이 아이는 잘 크냐고 물어보셨고 저희 신랑이
아휴 너무 잘 커서 요즘 자기 허리가 끊어질 판이라고. 아주 건장하다고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남편 친구가 '네가 애 안고 다녀?' 라고 했고, 신랑은 당연하게
그럼 '내 애 내가 안지 누가 안아ㅎㅎ' 라고 대답했어요.
그 부부는 아직 아이가 없는데 갑자기 그 친구분이 아내분한테
'난 아이 생겨도 내가 안고 다니진 않을 거야.'라고 했고
저는 걱정되는 마음에 '왜요? 혹시 디스크 있으세요?'라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정적이 흐르더라구요.... 그제서야 눈치챘죠;
아.. 저 친구분은 애기 보는건 여자 몫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이었구나.
우리 남편이 남자 망신? 혹은 남자 답지 못한 행동 한다고 놀리는 거구나...
제가 너무 눈치 없이 요즘 어떤 애아빠들이 저런 마인드가 있을까.. 상상도 못했어서
디스크라도 있냐고 물어봤던거에요... 하...
진짜 같은 자영업자로서 저도 목디스크로 고생을 꽤나 했어서
아이는 둘째치고 디스크 있으면 홀 영업 같은것도 보통일이 아닐텐데 어쩌나 걱정했던건데
딱 3초만 생각해보고 말할걸... 본의 아니게 그 친구분 꼽준? 멕이는 꼴이 돼버린거죠.
화제를 돌릴라고 식자재 너무 신선하고 좋다고. 플레이팅 이쁘다고 폭풍 칭찬하는데
남편 친구분이 표정이 피식피식.. 마스크 너머로도 약간 비웃듯 하는게 느껴지더니
'저기 제수씨, 애 좀 안 안겠다는게 사람 병신 만들 일이에요?ㅎㅎ' 이러는거에요..
제가 정말 그 말 듣고 얼어 붙었어요. 할 말이 없더라구요.
미안하다고 하기는 싫고 이미 그 태도에서..
거기서 그럼 왜 애 안지도 않겠다는거냐고 주제 이어가기도 싫고..
제가 당황해서 한숨 쉬니까 신랑도 같이 한숨쉬더니
'너 집에서 장남에 외아들인것도 알겠고 귀하게 큰것도 내가 십수년을 들어서 알겠는데,
남이 너한테 싫은 소리 좀 했다고 그렇게 발끈해서 앞뒤 안가리고 화내는거 좀 고쳐.
자영업하면서 별에별 사람들 다 만나는데, 네가 주방에서 요리하는 것도 아니고
제수씨가 요리하면 네가 서빙하면서 사람 상대하는데 뭔 말 나올때마다 이럴거야?'
라고 하고 저 데리고 나왔어요.
미리 준비한 현금은 어쩔줄 몰라하면서 뒤따라 나오는 와이프 분 앞치마 주머니에 꽂았구요.
한사코 안받으시겠다는거, 와준걸로 고마운데... 저이가 가게 오픈으로 예민해서 그런거라고
이해해 달라고 그러시는거 꼭 받으시라고 하면서 돈은 떠안기듯 드리고 왔어요.
집에 오는 길에 제가
나 진짜 싫은 소리 할 의도로 그런 말 한거 아니라고 신랑한테 얘기하니까
신랑은 알아... 저 새.끼 친구들 모임에서도 쫌만 누가 뭐라하면 저 ㅈㄹ이야. 라면서
코로나 아니었으면 이렇게 소수로 볼일 없이 친구들 여럿이서 가서 대충 매상 올려주고
오면 될 일인데, 괜히 좋은 맘으로 축하해주러 왔다가 험한 꼴 봤다고 미안하다 했어요..
그러면서 애기 옷이나 하나 사서 들어가자고, 장모님 좋아하시는 것도 하나 사자면서
백화점에 들렀는데 신랑한테 전화가 오더라구요. 그 친구가요.
그러더니 어디서 같잖게 훈계질이야! 네 돈 안받아!!! 하고 끊어버리더라구요.
그러면서 메신저로 돈 보내버렸던데.. 참....
제가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할 정도로 말 실수 한건지 맘이 너무 안좋아요...
신랑은 신경쓰지 말라는데... 오랜만에 외출이 저땜에 망가진거 같아 속도 상하고..ㅠ
제가 근 1년간 아가랑만 있느라 진짜 코로나 땜에 사람도 못 만나서
사회성이 떨어진건가 걱정도 됐어요.. 저 큰 실수 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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