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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사친이랑 25만원짜리 코스요리 먹는 남친

누루하치 2021. 8. 20. 22:00

올 가을 결혼 앞두고 있으니까 결시친에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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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은 유년시절 어려웠던 환경 때문인지 친구가 별로 없어요. 말은 아끼지만 아마 남고에서 학교폭력도 꽤 오랫동안 당했던것 같고요. (키작고 마르고 말수적고 편부모 가정에 가난함).

다행히 그런 환경에서도 성실하고 머리가 좋아서 명문대 경영학과를 들어갔어요. 그치만 대학 다니면서도 어릴적 트라우마 때문인지 남자인 친구들은 거의 없더라고요. 술도 안마시고 담배도 안피고 놀줄도 몰라서 그냥 반에서 혼자 아싸처럼 다니다가 친해진게 지금 여사친 두명이래요. 그나마 걔네들 때문에 학관에서 밥 혼자 안먹고 조별과제할 사람이라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대학 졸업해서 첫직장도 남초직장이었는데 엄청 경쟁 피터지는 직업이었고 약간의 자기 PR과 인맥? 같은것도 중요한, 난다 긴다하는 사람들 많은 곳이라 조용한 성격의 남친이랑은 안맞았어요. 특히 경영학과랑 이쪽 분야의 남자들이랑 남친 스타일 자체가 안맞는거 같더라고요. 남친은 차라리 공돌이 개발자 스타일… 그래서 그나마 있던 남자인 친구들도 많이 정리되고 결국 대학+직장 포함해서 지금은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만 세명 남았는데 다 여자 사람 친구입니다.

여기까지가 제 남친 백그라운드고요.
이 사실을 사귈때부터 원래 잘 알았기에 별로 신경 안썼어요. 저도 친한 남사친들 있었으니까요. 학창시절부터 친해서 단둘이 밥먹기도 하고 자주 일상 카톡도 하고 고민상담도 하고 하는 친구들이요. 그래서 제 남친도 여사친이랑 그런건 이해했어요.

근데 결혼 앞두고 제가 예민해진 부분이…
친구가 정말 하나도 없는 남친이 유일하게 친구 만난다고 나가는 게 이 여사친 세명인데… 얘네들이랑 서로 생일 축하 저녁을 먹더라고요.
매년 이렇게 하기로 약속해와서 쭉 이렇게 해왔고,
아, 세명이 서로 아는 친구가 아니라서 각각 따로따로 그러니까 단둘이 밥먹는거에요.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때 조금 기분이 나빴거든요.
저도 남사친들 있지만 절대 무슨 생일이라고 (당일은 아니라도) 단둘이 저녁먹고 하진 않아요. 오히려 남사친이니까 생일 즈음에 만나도 생일이냐? 몰랐네. 한턱 쏴라! 선물은 왜 없냐? 장난으로 뭐 이러긴하겠죠.
근데 서로의 생일을 축하해준다고 단둘이 저녁을 먹는다니… 너무 이상한거에요.
그래서 물어봤더니 그냥 생일 계(?) 같은 느낌이라고… 당연히 당일날은 이성친구랑 보내고, 그냥 그날 언저리쯤에 서로 비싼밥 한번씩 사주는게 약속처럼 됐다고. 워낙 그친구들도 아싸이고 자기도 친구가 없다보니 평생 생일날 그냥 넘어가는일이 많았는데 그래도 누가 생일이라고 저녁이라도 사주고 챙겨주는 걸 하자고 하니까 좋다고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저는 생일 즈음에 부모님이랑도 저녁식사 약속 있고, 오빠부부가 밥사주고, 친구들도 고등학교 대학교 직장 무리 다 따로 있어서 여러번 축하받고 저녁먹는데, 이 사람은 저랑 저녁먹고 케익에 촛불끄는게 다더라고요.
그래서 좀 짠한 마음도 들고… 그래봤자 일년에 두번 (한사람당 ㅠㅠ 친구 세명이니까 여섯번 ㅠ) 여사친이랑 단둘이 밥먹는건데 뭐, 게다가 다른날도 아니고 생일인데… 싶어서 솔직히 이해는 안가고 찝찝했지만 알았다고 하고 넘어갔어요.

그러다 어제, 최근에 결혼 비용 모으자고 서로 통장 공유하고 카드도 같이 쓰게 됐는데 그러다보니 남친 카드 결제 내역이 저한테 들어오는거에요.
어제가 남친이 그 여사친 중에 하나 생일이라고 저녁먹으러 나간 날이었거든요.
저녁 9시에 카드에 55만원이 찍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식당 이름 보니까 엄청 비싼 이탈리안 식당…
비싼밥 먹는건 알았는데 25만원짜리 코스요리 먹는줄은….
물론 저희 둘다 그런거 못먹을 수준은 아닌데 (둘다 벌만큼 벌어요. 각자 세후 월 700-800씩 들어오는데 한사람당 500씩 공동 통장에 넣기로 해서 월 천만원씩 모으고 있거든요) 그래도 무슨 유튜버나 미식가들처럼 쉽게 그런데 가진 못해요. 제 생일날도 남친이 인당 30만원 가까이하는 오마카세 코스? 갈까 하길래 제가 너무 비싸다고 그나마 가자고 한게 15만원짜리 코스요리였고 엄청 맛있다고 근데 이것도 비싸다고 했었어요 ㅋㅋㅋㅋ

아 진짜 뭐랄까, 남친이 바람핀것도 아니고 이미 간다고 이야기하고 갔었고 단둘이 밥먹는것도 알았는데 이상하게 55만원 이걸 딱 보니까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거 있죠.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남친이 저한테 거짓말한거 없어요.
비싼 밥 먹는다 이미 말했고 (그게 얼마나 비싼지 말을 안해서 그렇지)
저한테 오늘 저녁에 누구 생일이라서 밥사주러 간다 했어요.
그리고 본인도 생일때 비슷한 가격대의 밥을 얻어먹는다 했고요.
게다가 저랑 만나기 훨씬 전부터 쭉, 돈없고 찌질하고 힘들었던 시절부터 옆에 있어준 귀한 친구들이라 갑자시 여친 생겼다고 그 전통(?)을 깨고 이제 생일 저녁 못하겠다 하기도 그렇겠죠.
제가 남친을 만난거야 멀쩡한 전문직 직장인되고 돈 잘벌고 자서니까, 제가 그전에 만난 친구들이랑 약속까지 이래라 저래라 할 자격은 없는것 같아요.

근데 좀 짜증나는게
이탈리안 레스토랑 간다는 말은 안했지만 저도 응 다녀와~ 하고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게, 남녀가 단둘이 그런데 가서 테이블 앞에 앉아있는걸 생각해보니 (게다가 케익 주문해서 생일 촛불끄고 사진찍고 ㅋㅋ 아니 누가봐도 연인 아닌가) 너무 말도 안되는거 같고 하…
뭐 업종이 코스요리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 정도 가격대이면 일식집에 가서 둘이 오붓하게 오마카세를 즐기던지 한식집에서 고기를 굽던지 제가 기분 찝찝하긴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은데.
글고 결정적으로 그 여사친들은 현재 남자친구나 배우자가 없어요. 제가 생각해도 그런게 어느 남친이 다른 남사친이랑 단둘이 생일즈음에 이탈리안 식당가서 코스요리 먹는걸 좋아하겠어요? 아니 반대로, 남사친 생일에 50만원씩 쓰는걸 알면 한소리 안하더라도 기분은 나쁘지 않겠어요?
더 별로인거는… 제가 이 찝찝함을 지난번 다른 여사친 생일날도 느꼈거든요. 그때는 통장 공유안할때라 가격은 모르고 그냥 되게 좋아보이는 고급 레스토랑 배경으로 남친 생일날 여사친이랑 둘이 사진찍은걸 봤어요. 비싼 곳인데 걔가 밥샀다길래 좀 기분이 상하긴 했는데 사진보니까 여사친이 좋은 식당오는데 기분낸다고 그랬는지 한껏 꾸미고 와서 나란히 사진찍은걸 보니 되게 그랬거든요. 근데 이걸 뭐라 표현해야할지 몰라서 약간 기분 다운된채 있었더니 너 왜 그러냐고, 암것도 아니라고, 뭐 이러다가 티격태격 했어요. 이럴때 참 질투도 아니고.. 아니 질투인가요? 기분이 나쁘다고 인정하기에는 쪼잔한 사람 된거 같고, 그나마 유일하게 있는 인맥을 제가 다 끊어버리는것 같고, 나쁜 여자 되는거 같아서 뭐라 표현을 못하겠더라고요. 근데 어제 저녁먹으러 나갈때도 저한테 여사친 생일이라 밥먹는다 너 괜찮지? 하길래 제가 응 왜? 하고 웃었더니 아니 일년에 딱 한번 있는 생일에 그냥 밥먹는건데 너 예민하잖아 해서 진짜 괜찮던게 갑자기 안괜찮아졌거든요!!! 사람 예민한 취급하고!!!!

그래도 좋은 맘으로 보내줄려고 꾹꾹 참고 최대한 딴데 정신 팔리고 있었는데 55만원 뜬거 보니까 도저히 짜증난 티를 안낼수가…
결국 어제도 저녁먹은 후에 우리집 와서 자기야 하고 저한테 애교 부리다가 제가 싸늘하니까 너 왜 이러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며 너 미쳤다고 하고 집에 가서 지금까지 연락 없어요.

제가 남친한테 이제까지 표현한거는….
처음에 이 약속을 들었을때…
응? 서로 생일을 매년 축하하는 저녁을 먹는다고?
여자인 친구들과?
단둘이?
그게 정상이야?
난 좀 이상한데?
이렇게 이야기하고, 본인이 덤덤하게 응 늘 그렇게 해왔어. 글고 나도 늘 내생일날 그렇게 얻어먹어왔는데 어떻게 그만하자 해. 하길래 더이상 말 안했어요. 제가 이상한 사람 되는거 같아서.

지난번에 한번 싸울때는 그래 니가 그러면 안먹음 되잖아 취소할게 하고 짜증을 내길래 아니 왜 나한테 덤태기 씌우고 예민하고 나쁜 사람 만드냐 그랬더니 취소 안하고 밥 먹더라고요.

똑같이 느껴봐라 하고 저도 뭘 하기에는, 진짜 제 남사친들은 비싼 밥 먹자하면 내가 왜 너랑 단둘이 그런걸 먹냐 하고 시껍할 진짜(???) 친구들이라 ㅠㅠ

이게 상식선에서 괜찮아보이나요? 제가 예민한건가요??
뭘 어째야할지 모르겠어요.
참고로 매번 저녁먹고 9시안에 들어오고 술은 한방울도 못마시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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