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라는 용어가 있다.
경제사(史) 연구에서 등장한 이 용어는, 중국, 일본, 인도, 한국 등 동양의 나라가 아닌
서양의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발생한 이유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등장했다.
산업혁명의 발생을 추적하던 중
언제부터 동양과 서양의 생활수준에 차이가 발생했는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게 되는데
그 차이가 발생하는 시점이 바로 대분기이며,
이 대분기가 과연 언제냐에 대한 대립을 곧 대본기 논쟁이라 한다.
이 대분기 논쟁에는 전통학설, 수정론, 신수정론의 3가지 주요 학설이 있다.
이 자리에서 위의 세 학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전통학설(Conventional view)
20세기 중후반까지 주류학설이던 전통학설은
15~16세기 이후로 시종일관 서양이 동양보다 우위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그 시작점, 즉 대분기가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라고 본다.
ㅎㅇ?
이후 식민지를 통한 유럽 중심의 경제발전이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로 확산되었다는 서세동점(西勢東漸)을 지지하며
이 차이로 인해 산업혁명이 서양에서 발생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런 전통학설은 20세기 말 등장한 수정론에게 밀려 주류에서 멀어지게 된다.
2. 수정론(Revisionists)
20세기 말 등장한 수정론은 전통학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수정론에서는 오히려 18세기 말까지 중국, 일본, 인도 등의 선진지역은
유럽과 대등했거나 오히려 더 발전되어 있었다고 주장한다.
즉, 대분기는 산업혁명 그 자체가 된다는 뜻이다.
그 이유로는
1) 산업혁명 이전까지 동서양의 생활수준 차이 미비
수정론은 유럽과 아시아 모두 산업혁명 이전까지
부족한 자본축적, 분업/전문/개방화 등 효율성 중시가 나타나는 스미스적 성장과
임금/토지/식량의 증가가 인구증가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맬서스적 위기를
겪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2) 은의 이동을 통해 살펴본 국제수지
위는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의 은의 이동을 나타낸 지도이다.
이를 보다 간단히 도식화하자면 아래와 같다.
당시의 중국은 유럽 등지에서 사치품으로 인식되는
차, 도자기, 비단 등의 수출로 인해 막대한 양의 은이 유입되는 반면
중국에 딱히 내다 팔 만한 물품이 없던 유럽은
사치재의 수입을 위해 은을 고스란히 가져다 바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중국의 무역 흑자와 유럽의 무역 적자는
수정론에서 당시 중국이 유럽에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로 활용된다.
위의 일방적인 국제수지 흑자/적자는
이를 보다못한 영국이 아편전쟁(1840)을 일으키면서 변화하게 된다.
3) 서세동점이 아니다!
수정론은 유럽 중심의 경제 발전이 확산되었다는 서세동점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은 그 근거로 이미 13세기부터 형성되어 있던 8개의 무역 권역들과
이들을 연결하는 무역로의 존재를 제시한다.
13세기 세계의 8개 무역 순회로
무역 권역들을 잇는 무역망
따라서 수정론은 유럽 중심의 경제 발전 및
유럽에 의한 '발전의 보급' 및 동양의 일방적인 수용을 주장하는 서세동점에
이전부터 유지되던 무역로의 존재를 들어
위와 같은 서양중심주의적 사고에 동의하기 힘듦을 보인다.
4) 생활수준의 비교
수정론은 동양과 서양의 선진지역들을 비교했을 때
실질임금, 기대수명, 유아사망률, 당분섭취량, 사치품소비량 등의 유사성을 들어
대략 1800년까지의 중국은 서양과 동등하거나 우위를 보였다는 결론을 내린다.
위는 각국 전체의 1인당 GDP를 나타낸다.
국가 전체를 따졌을 때에도 약 1800년까지는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
번외) 그럼 산업혁명은...?
맨 처음에 이 대분기 논쟁 자체가
영국(서양)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유를 찾다가 튀어나왔다고 언급했었다.
근데 문제는 수정론 말대로라면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수정론이 이야기하는 영국의 산혁 성공 이유는 무엇일까?
a. 식민지
당시 유럽과 아시아 모두 토지는 부족하지만 인구는 풍부한,
앞서 이야기한 맬서스 트랩에 빠진 상황이었다.
동서양 모두 생태와 환경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얘가 신대륙을 발견하게 된다...
ㅎㅇ2222
전통학설과는 조금 다른 결론이지만
수정론은 유럽이 신대륙(식민지)을 얻으며
토지절약적 기술이 아닌 노동절약적 기술을 발전시키게 되었고
(그 결과... 1914 식민지 지도
반면 중국은 여전히 토지절약적 기술을 추구하며
동서양의 농산물, 공산품 상대가격 변화가 발생하게 된다.
b. 석탄
이건 좀 유명한 이유인데
영국은 석탄 산지와 섬유, 철강 산지가 인접해 있다.
이렇게...
덕분에 영국의 석탄은 수송 문제에서 자유로우며
이렇게 절감된 운송비용으로 인해 석탄 값이 나무 가격보다 훨씩 싸지게 된다.
석탄을 물처럼 쓸 수 있는 사회의 완성이다.
석탄의 똥값화
반면 중국의 경우 석탄의 산지가 북중국에 몰려있는 것에 반해
철강 산지는 양쯔강 근방에 몰려 있는 만큼 거리로 인한 수송 문제가 대두된다.
즉, 요약하자면 수정론이 말하는 산업혁명이 영국에서 일어난 이유는
식민지빨과 자원갓챠 덕택이다.
3. 신수정론(New Revisionists)
신수정론은 비교적 최근 등장해 현재 우세 학설로 취급받고 있다.
ㅎㅇ ㅋㅋ
로버트 알렌(Robert C. Allen) 전(前) 옥스퍼드 교수를 주축으로 한 이들은
이전부터 서양은 동양보다 우위에 있었으며
중국은 동유럽, 남유럽 지역들과 또이또이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신수정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에는
환산임금자료, age-heaping 자료, 신체측정자료 등등 많은 자료들이 존재하지만
이들 중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 자료는 바로
생활수준을 비교한 후생 수치(welfare ratio) 분석자료다.
우선은 동양과 서양의 임금 단위를 통일시킬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당시의 기축통화라고도 할 수 있는 은에 대입해 임금을 계산해보면...
짜잔! 세계 주요 도시들의 은 환산 일당 도출 완료!
짜잔! 세계 주요 도시들의 은 환산 일당 도출 완료!
위의 그래프 우측 끝을 보면 알 수 있듯, 1825년 통계를 비교했을 때
런던, 암스데르탐의 은 환산 임금이
델리, 베이징에 비해 압도적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동서양의 실질 생활수준을 제대로 비교하기 위해선
각 지역별 생활비 역시 비교해야 한다.
이때 또 유의해아 할 점은 바로
가난한 자 vs. 풍족한 자의 구분 역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는 서민과 부유층의 소비 품목이 다르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부잣집에서 오트밀을 먹거나 가난한 집에서 하얀 밀빵을 소비하진 않으니
따라서 이렇게 소비 품목들을 묶어서 다시 은 가격으로 환산하면
대충 동서양의 서민층과 부유층의 1인당 생활비가 도출이 된다. 헥헥...
근데 문제는 또 있다.
당시는 가장의 임금만으로 온 가족의 끼니를 책임지는 게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조사 대상이 1700~1900년임을 상기하자.
따라서 위의 생활비에 4인 가족을 고려해
아버지(1인분)+어머니(1인분)+자식2명(각0.5인분)
=3인분에 탄력성을 위한 추가적인 5%을 고려해
(1인 생활비) x 3.15를 가족 총 생활비로 가정한다.
거의 다 왔다!
위에서 도출한 은 환산 수익을 아래의 가족 총 생활비로 나누면
후생 수치(welfare ratio)가 도출된다!
대충 도식화하면...
으음... 해석해보자면...
중국, 일본, 인도의 수치가 1~2인 것에 반해
런던, 옥스포드 등은 6~8까지 이르름을 알 수 있다.
런던, 옥스포드 등은 6~8까지 이르름을 알 수 있다.
1800년 경에도 생활수준은 영국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이전인 1700년대에도 차이가 꽤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로부터 서양과 동양의 차이가 존재하며,
중국의 생활수준은 유럽 하위권인 동유럽, 남유럽 국가들과 비슷함이 드러난다.
다만 위의 표는 어디까지나 전체 평균 및 부유층의 이야기로,
후진지역들의 경우 동양이나 서양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정리하자면, 신수정론은 수정론과 같이
산업혁명 이후로 동서양 차이가 증대된다고 이야기하지만,
수정론과 달리
산업혁명 이전에도 동서양의 기본적인 차이는 존재했다고 주장한다.
<요약>
1. 동서양 생활수준의 차이 발생 시점이 곧 대분기. 대분기가 언제냐는 논쟁엔 세 학설 존재
2. 전통학설은 서양이 우매한 것들을 이끌어줌. 대분기는 콜럼버스 신대륙 발견
3. 수정론은 동양 항상 우위. 대분기는 운빨로 일어난 산업혁명 시점
4. 신수정론은 서양 항상 우위. 그리고 산업혁명으로 차이 더 벌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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