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사장포함 총인원 대충 70명 이상 150명 이하인 중소기업임
부서마다 약간씩 차이나긴 하는데 우리 부서는 평소에 야근 조카 잦은 분위기였음
그러던 어느날 신입을 뽑았는데 그 중 한명이 문제(?)였음
편의상 초코라고 부르겠음 이 사람이 초코우유 조카좋아함
암튼 제목에는 신입이라고 적긴 적었는데 초코는 쌩신입은 아니고
프리랜서로 몇년 일하다가 유럽쪽 어느 나라에 워홀가는김에
거기서도 그 경력 살려서 일하고 온 경험이 있었음
(특정될까봐 나라를 정확히는 안적겠음)
그러다 한국 들어와서 경력직으로 우리회사 들어온거임
(제목은 신입사원이란 뜻이 아니라 그냥 새로들어온 직원이란 의미로 받아들여주라)
암튼 초코가 들어왔는데 n<3개월동안 묵묵히 다니더니
나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회식하면서 하는 말이
우리 부서 분위기를 보고 조카 놀랐다고 이게 적응을 해야되는 건지도 의아하다는거임
한국 회사들 특히 중소기업들 야근 흔하단 말은 들어봤지만
우리부서가 유달리 심한거같다고 ㅇㅇ
그래서 나랑 다른사람들도 아 너무 힘든데 먹고 살려면 어쩔수없지.. 이러고
다른 사람이 부장이 야근하라고 조카 눈치주는데 안하면 인사평가 반영되
짤릴것도 겁나니까 어쩔수 없다 초코씨도 짤리기 싫지않냐 이러니까
초코가 조오오오오오오올ㄹ라 조심스럽게 혹시 야근안하면 업무량을 다 감당 못하시냐고 물어봄
보통 내 일을 다 못끝냈을 때도 있지만 다른 사람이 못마무리한 업무 떠맡느라 야근하는 경우도 많잖음?
그런 얘기를 했더니 초코가 또 조심스럽게 그럼 우리
앞으로 딱 일주일동안 실험을 해보자 그럼
무슨실험이냐고 물어보니까
근무시간(8시~6시)까지 점심시간이랑 1시간마다 5분~10분 휴식하는거,
화장실가는거 제외하고는 딱 일에만 집중해서
무슨일이 있어도 5시까지 모든 업무를 끝내보자는거임
주변에 나 일 다했따~~ 오예~~~ 이러면서 티내진 말고 ㅇㅇ
정말 야근이 우리한테 꼭 필요한 건지 밝히려는 거라면서..
그때 술도 약간 들어갔고 초코가 사교성이 좋아가지고
우리 전부 초코한테 마음이 조카 열린 상태였어서 냅다 ㅇㅋㅇㅋㅇㅋ!!! 가보자고!!!!
이러면서 실험 시작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때 동의한 사람은 나 포함 5명이었는데
회사에서 우리 넷이 조카 눈에 불켜고 말도 안하고 한 3일 일하고있으니까
과장이 슬쩍 와서 요즘 몇명 분위기가 뭔가 달라졌다 이럼
그래서 설명해주니까 히야~~~ 이러고 가더니 은근슬쩍 자기도 참여함
이게 부서 안에 소문이 돌아서 우리 부서 사람들 10<15명인데
부장이랑 두명 빼고 12명이 참여하게됨;; 이때가 우리끼리는 실험 시작한지 6일차였음
근데 이 6일동안 우리 5명의 결과만 놓고 보자면
실제로 야근을 해야 할 정도로 일이 남아있었던건 두명이었는데
한명은 6일 중 이틀, 한명은 6일 중 하루밖에 없었음
이틀 남았던 한명은 정규근무시간에 일하던 그 텐션으로 일하니까
야근했던 이틀 중 하루는 1시간만에, 나머지 하루는 40분만에 끝냈고
나머지 한명은 그 때 좀 일이 꼬이는 바람에 오래 일하긴 했음
근데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었던 그런거 ㅇㅇ
7일까지 채우고 우리 다섯이서 모여서 또 술한잔 하면서 초코를 필두로 정리해봄
결론은 야근이 필요한 순간은 분명 있다,
근데 기존 부서문화처럼 거의 매일 10시 넘어까지 야근해야할 정도는 절대 아니다였음
그리고 이런식으로 일해보니까 처음 이틀차까진 평소보다 더 피곤했는데
3일차부터 귀신같이 적응되고 오히려 퇴근시간이 빨라지니까 좋았단걸로 의견 모아짐
다른 사람 업무 덤탱이 쓰고 남는 일도 없어짐
물론 부장이 괜히 쓸데없는일 더 시키고 그래서 일 빨리 끝냈다고 무조건 일찍 퇴근하진 않았음
우리가 이것도 결국 야근인데 야근한날로 카운팅 해야하지 않겠냐 그러니까
처음 실험 제안한 초코가 이건 '우리가 야근을 안하면 정말 일을 효율적으로 못하나'를 알아보려는 실험이니까
'내 잔업'때문에 남는 경우 외에는 다 '야근 안한날'로 카운팅 해보자고 해서 그렇게 함
그리고 회사에는 우리보다 3~6일 늦게 시작한 다른 사람들이 있었잖음?
그 사람들 결과도 궁금해서 내가 조카 은근하게 부담줌
ㅇㅇ님 계속하고 계세요? 아 저희 통계 내봤는데 완주하시면 알려드릴려고~~ 이러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목적도 있긴 했지만 사실 실험집단 더 커졌을 때 결과가 달라질지 나도 궁금했음
그리고 결과는..
5명일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음
사람마다 시작일이 약간씩 달라서 결과내는데 3주정도 걸림
이 과정에서 한명 더 참석해서 총 참가인원은 부서원 15명중 13명이 됨
부장이랑 나머지 한명빼고 다한거임
3주차에 초코가 제안함
내 몫의 일을 다 했는데도 야근하는건 비합리적이고 다음날 업무 효율성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자기가 워홀갔을 때 일하던 회사에서는 야근하는 사람을 굉장히 능력없는 사람 취급했다고함
효율적으로 일처리 못해서 늦게까지 일한다고 ㅇㅇ...
그러면서 '저 일 다했으니 가보겠습니다'라고 말하는게 굉장히 어려운 일인건
자기도 몇달 한국에서 회사생활 하면서 너무 잘 느꼈다고 함
하지만 혼자 할 때와 다 같이 할 때는 다르다면서
한사람만 튀면 그 한사람이 모난 돌이 되지만 다같이 움직이면 그건 분위기가 된다고함
앞으로도 지금처럼 근무시간에 딴짓 안하고 시험치듯 집중해서 일하고,
최대한 퇴근시간 맞춰서 칼퇴하는 분위기 만들어보자고 함
부장이 남으라고 괜히 잔업주면 내일 ~~랑 같이 처리하겠습니다, 하고 퇴근하는걸로 입맞춤
초코가 되게 인상깊었던게 이렇게 제안하면서
'몇몇분들께는 여전히 허무맹랑한 소리처럼 들릴 것도 안다.
당장 부장이 인사평가 개판내놨을 때 니가 책임질거냐고 하시면 저는 그럴만한 힘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부장이 '지시하는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했을 때
우리는 업무를 다 끝마쳤으니 그게 사실이 아니란걸 증명할 수 있고,
'부서 분위기를 흐리거나 어울리지 못한다'고 말하면
우리 부서는 빡일칼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이런식의 말을 덧붙임
초코의 이 제안에 실험참가한 13명 중 나포함 6명이 동의하고 시작함
과반수를 못넘는 숫자였지만 뭐 어쨌든 시작해봄
사실 이 6명중에 대부분은 부장 꼰대짓이랑 야근문화 _같아서 이직 생각하던 사람들이긴 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그렇게 우리는 빡일칼퇴분위기 조성을 시도함
결론부터 말하자면 잘 정착됨
당연히 꽤 힘들긴 했음.. 부장이랑 기싸움 엄청났고 과장님이 중간에서 중재하려고 하다가 새우등터지기도 함
근데 그런 진통을 한번도 안겪고 넘어갈 순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럴 때마다 초코가 제일 앞에 나서서 무서워하는 다른 사원 대신 싸우고 목소리 내주고 그랬음
난 그와중에 저러다 진짜 초코 짤리면 어떡하지? 초코랑 정 많이 들었는데 ㅜㅜ 이거 성공하면 좋겠는데 ㅜㅜ 그러면서 속으로 달달 떨었음 시바...
아니 근데 부장도 눈이 있으니 업무 효율성 올라간게 보일거아님?
다른사람이 다 처리 못해서 남은 일 떠맡기려고 해도 대부분 근무시간 안에 일 다 해버려서 맡길것도 별로 없었음
부장이 나눠서 하라고 억지로 야근시킨적도 몇 번 있긴 했음
이거때문에 분위기 정착되기까지 더 오래걸린듯ㅡㅡ
이렇게 기싸움하고 (실제로도) 싸운 기간이 한 8개월정도 됨
지금은 빡일칼퇴문화 완전히 자리 잡혔고 우리 부서에서 야근하는 일수 일주일에 한번 정도임
처음에 이래서는 회사가 안돌아간다면서 발작하던 부장도 회사 멀쩡히 잘 굴러가는거 보고 할말없어짐
실제로 중간에 부장이 초코 불러서 왜 부서 분위기 흐리냐고 혼냈는데
초코가 자르려면 자르시라 대신 자기는 바로 부당해고로 노동청에 신고할거라고 질러버림
난 이때 진짜 초코 짤릴줄 알았음....... 세상에 부장하고 저렇게 맞짱뜨는 사원이 어딨어 __ 근데 초코가 해냄
부장 이 때 개빡쳐서 초코 직급 채용공고 올리라고 소리지르고 지랄했는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부당해고 얘기나온게 사장 귀에까지 들어가서
사장이 우리 부서원 전원이랑 1:1이나 2:1로 밥먹음
나는 우리 팀 지금 업무효율성 작년보다 훨씬 올라갔고 부서원들 워라밸도 잘 지켜지고 있어서
우리 회사 진짜 너무 좋다고 생각하면서 다니고 있다고 입털고
그와중에 은은하게 새로 들어온 초코란 분이 일도 잘하시고 사교성도 좋으시고~~ 분위기가 좋아졌다~~ 이러고 밑밥깔아둠
하 글 왤케 길어짐 ㅠㅠ 쓰다보니까 힘들어
결론은 이렇게 새로 들어온 사원 한명이 부서 분위기를 통째로 바꿔놨다는 거임
난 이직생각 접고 계속 다니고 있고 처음에 이직 각오하고 분위기 형성했던 6명중에 2명은
연봉 올려서 다른 회사로 감
근데 거기서 또 야근에 시달린다면서 초코가 으쌰으쌰해서 분위기 만든것처럼 거기서도 그러고 싶은데 동조하는 사람이 딱히 없다고 함
어케 마무리함..?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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