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이랑 트위치 유튜브 등의 이슈로 인해 "망사용료가 무엇인가"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 많아졌네. 그래서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고자 함. 먼저 하나 짚고 넘어갈 게 있는데, 통신사들은 "망사용료"를 고속도로 톨게이트비로 비유하지만, 이건 사실 정확한 비유가 아니다. 왜냐하면 인터넷은 "통신", 즉 상호소통이고, 고속도로 톨게이트처럼 한쪽으로 들어가서 다른 쪽에서 나오는 게 아니니까. 좀 더 정확한 비유는 바로 "우편"이다.
이 비유에 맞춰 설명하자면, 통신사는 이런 "우체국"이고,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은 "편지 보내고 받기"에 더 가깝다. 우리가 크롬에 주소를 치면 우리 컴퓨터가 답장을 원하는 편지를 보내고, 그걸 통신사에서 받아 목적지에 보내고, 그 목적지에서 보내는 답장을 또 통신사가 받아서 우리한테 보내주는 게 우리가 경험하는 "인터넷"이다.
그런데 하나로 통합되어 있는 현실의 우체국과는 달리, 인터넷의 통신사는 각자의 "우편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그래서 통신사끼리 서로 소통하지 않으면, 우리는 같은 통신사를 사용하는 사람들한테만 편지를 보낼 수 있다. 서울 시민은 서울 시민끼리만, 충청도 도민들은 충청도 도민끼리만 편지를 주고 받는 거에 비유할 수 있지.
물론 정말 그렇게 되면 너무 불편하니까, 통신사들끼리 하는 피어링 (Peering)이라는 게 있다. 이건 간단히 말해 "너네 편지 배달해 줄께 우리꺼도 배달해 줘"라는 약속이라고 보면 된다. 이건 상황과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에서는 대체로 오고가는 트래픽에 따라 사용료를 통신사끼리 주고 받는다.
이렇게 오고 가는 "편지"가 그냥 개인끼리 오고 가는 수준이면 문제가 없었을 거다. 그냥 결제도 간편하게 각각의 개인한테 통신비, 즉 "우편요금"만 정액제로 내게 하면 간단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그렇듯이 "편지"를 여러 명에게, 한꺼번에 많이 보내는 "단체"들이 있다. 즉,
이런 애들은 보내는 "편지" 양도 많고 얘네 "편지"를 받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니 얘네들한테는 특별요금을 받는다. 이게 바로 문제의 "망사용료"
(사실 "망사용료"라는 실제 항목은 없고, 각 통신사마다 각각 다른 항목의 이름으로 이용료를 받지만, 편의상 "망사용료"로 통일해서 지칭한다.)
자, 일단 국내에서의 망사용료 부분은 이 정도로 거의 정리가 된다. 개인고객은 통신비라는 "우편요금"을 "우체국" 역할을 하는 통신사에 내면서 "편지"를 보내고 받고, 이 "편지"의 양을 많은 곳에 보내는 큰 기업이나 콘텐츠 제작자들은 망사용료라는 "특별요금"을 지불한다. 여기까지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근데 여기서 "국제우편"이라는 존재가 끼어든다.
아까 위에서 말한 피어링을 기억하는가? 이건 통신사간의 "우편배달"의 약속을 지칭하는 단어이고, 당연히 이런 약속은 국내 통신사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통신사들과도 맺은 상태다. 즉 우리의 "편지"를 그 쪽 통신사에 보내면 그 쪽 애들이 받을 수 있게 되고 그 쪽에서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도 우리 통신사가 받아서 우리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그 쪽에서도 그 쪽의 기업이나 콘텐츠 제작사들이 있고, 걔네들은 걔네들 통신사에게 "망사용료"를 지불한다.
요약하면 국내에서는,
반면 해외와의 연결이면,
이런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국내 통신사와 해외 통신사 간의 피어링은 상황에 따라 데이터 전송비를 받는 관계도 있고, 없는 관계도 있어서 여기서는 생략한다.)
이렇게 보면 알 수 있지만, 이 경우 통신사의 입장에서는 같은 양의 데이터를 보내더라도 양 쪽에서 수입이들어오는 국내의 경우와는 달리, 한 쪽에서만 수입이 들어온다. 하지만 뭐, 이런 정도는 사업을 하다보면 자연적으로 생기는 지출로 간주하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다.
스트리밍이라는 것들이 생겨나지 않았다면 말이다.
국내든 해외든 스트리밍은 통신사들한테 아주 골치아픈 존재들이다. 한 쪽에서 보내는 "우편"의 양에 비대칭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우편"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실로 치면......
바야흐로 택배의 시대가 닥친 것이다.
통신사들의 입장에서는 아주 골치아픈 상황이 된 것이다. 이 "택배"라는 건, 요청하는 "우편"의 크기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지만, 그에 비해 얻는 매출은 비슷한 크기의 "우편"을 주고 받을 때에 비해 변하지 않는다. 결국 수고는 더 하고, 얻는 수입은 차이가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포화된 국내 경쟁시장에서 고객들에게 받는 통신비를 인상하는 것에도 한도가 있고, 전달해야 하는 "택배"들은 점점 더 증가하고... 그래서 결국 국내 통신사들은 기업들에게 받는 망사용료, 즉 "특별요금"을 인상하는 방침으로 전환했다. (실제 대한민국의 망사용료는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국가들 중에서는 아주 높은 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제는 국내기업들이 들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비싼 국내 망사용료 내면서 서비스 해야 하는데, 넷플릭스 같은 해외기업들은 더 싼 해외의 망사용료를 내면서도 국내 사용자들에게 서비스를 하고 있잖아! 우리가 너무 불리하다!"
국내 통신사들이 들어보니까, 일리가 있는 소리다. 그리고 넷플릭스와 같은 회사들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어 해외에서 배달오는 "택배"의 양이 점점 늘어가면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지출"로 간주하던 게 너무 어마어마해진다 싶은 감도 있었다. 그래서 해외 스트리밍 회사들에게 딴지를 걸기 시작했고, 그게 근래에 진행 중인 "망사용료 논란"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 통신사들끼리는 피어링 (Peering), 즉 "너네 꺼 배달해 줄테니 우리 꺼도 배달해줘"라는 약속을 맺은 상태다. 그런데 왜 국내의 망사용료 논란에 해외 통신사들이 끼어들지 않는 걸까? "왜 우리랑 한 약속을 무시하고 우리 고객한테 직접 돈 받으려 그러냐"하면서 국내 통신사에 따지는 게 맞는 거 같은데? 왜 침묵하고 있을까?
왜냐하면, 얘네들도 스트리밍하는 애들이 눈꼴시어서 그렇다.
유럽과 다른 나라에서도 인터넷을 하지만, 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들은 대다수 미국기업들이니 미국을, 그 중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선 넷플릭스를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2010년대에 미국 인터넷 업계에서는 큰 논란이 있었다.
"아 씨 장사하기 힘드네."
미국의 대형 통신사 중에 컴캐스트라는 회사가 있는데, 이 때 얘네들이 고객의 인터넷 사용량에 따라 속도를 맘대로 제한하다가,
"뒤질래?"
미국의 FCC (연방통신위원회)가 망중립성 (대중의 이익을 위해 인터넷 사용은 어떤 이유로서든 제한되어서는 안된다는 개념)을 이유로 들며 "당장 시정 안 하면 조진다(?)"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컴캐스트는 당연히 법원에 항소했고, 법원은 "FCC 너네 너무 나대는 거 아니냐?"면서 FCC의 명령을 철회했지만 그와 동시에 컴캐스트한테 "근데 망중립성은 중요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라면서 부드럽게(?) 협박을 한 것이다.
이 판결은 어떻게 보면 FCC의 권한을 축소한 것 같지만, 그와 동시에 "망중립성"이란 이슈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되니 컴캐스트와 같은 통신사들은 인터넷 속도 제한과 같은 무기를 함부로 휘두를 수 없게 되었고, 이런 과정을 힘입어 넷플릭스와 같은 회사들의 성장이 과속화하기 시작했다.
물론 미국 통신사들도 손해만 보고 장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다양한 방법으로 망사용료를 올려받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컴캐스트는 "착신망 이용대가"라는 추가비용을 받는 대신 넷플릭스의 콘텐츠는 특별히 더 빠른 속도로 서비스하고 동시에 자사가 운영하는 케이블 TV 셋업박스에 넷플릭스를 기본으로 장착해 주기로 했고, T-Mobile 같은 경우는 일정 금액 이상의 폰 정액제에 넷플릭스 기본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기도 한다. 즉 망사용료를 올리지 않는 대신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추가요금을 받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가요금을 감안해도 넷플릭스나 유투브와 같은 애들이 잡아먹는 트래픽은 너무나 어마어마하고, 그래서 미국 통신사들은 이런 한국의 망사용료 논란을 보면서 "꼬시다"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국 통신사들의 "넷플릭스 조지기"에 관망의 입장을 취하는 건 덤이다. 오히려 이 결과를 어떻게 자신들의 망사용료 협상에 유리하게 써먹을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다시 국내 상황으로 돌아와서, 넷플릭스에 망사용료 지불을 종용하는 국내 통신사들도 그리 꽉 막힌 꼰대들은 아니... 아니 꼰대들은 맞는데, 아주 막무가내로 꽉 막힌 건 아니다. 컴캐스트와 같은 미국 통신사들의 경우를 보고 느끼는 바도 있고, 그래서 가능한한 해외 스트리밍 회사들에게 CDN을 제공하고 그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우회 요구를 하기로 한다.
CDN은 간단히 말해 제공하려는 데이터를 임시로 클라우드에 저장해 놓고 제공하는 서비스다. 1탄에서 사용한 "우체국" 비유를 빌려 설명하자면, 해외 회사의 물류센터를 국내에 세워놓고 거기에 자사 제품들을 쌓아놓은 뒤 바로 보내는 것이다.
이렇게 국내 CDN을 쓰면 해외 회사들은 더 빠르고 깔끔한 서비스를 제공해서 국내 사용자들을 유혹할 수 있고, 국내 통신사들은 추가 수입을 얻는, 윈-윈 정책을 밀기로 한 것이다. 실제로 디즈니+는 LGU와 이 계약을 맺고 국내에 CDN을 통해 서비스를 하고 있고, 애플TV도 같은 계약을 맺었다.
다만 이는 "디즈니와 애플이 국내 통신사에 망사용료를 내고 있다"는 상황은 아니다. 정확히는 국내 수요에 큰 기대가 없어 한국에 자사 CDN이나 서버를 설치할 생각이 없는 두 회사가 한국 통신사들의 서버를 빌려 쓰고, "대신 망사용료 이야기는 꺼내지 마라"고 피해가는 상황에 더 가깝다.
근데 여기서 넷플릭스의 입장은 또 달라진다. 넷플릭스는 미국 내 통신사들과의 반목에도 나름 질렸고, 지금 유지하는 서버의 수로도 점점 더 늘어나는 고객들의 요구에 맞추기에도 급급한 상황이라 더 많은 트래픽을 감당한다는 게 자신들에게도 나름 스트레스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OCA라는 기술을 개발한다. 넷플릭스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트래픽은 감소시키면서 같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이 기술이 뭔지 설명하는 건 복잡하니 여기서는 넘어가겠다. 다만 넷플릭스는 이 서비스를 돌리기 위한 대부분의 준비를 마친 상태고, 얘들 입장에서는 여기서 추가로 CDN을 운용하는 건 시간과 돈 낭비라 본다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 넷플릭스와 국내 통신사들의 입장이 갈라지는 것이다. 국내 통신사들은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르는 기술 갖고 망사용료를 깎아달라는 거냐"고, 넷플릭스는 "원래 낼 필요없는 망사용료를 우리가 쓰지도 않을 서비스를 쓰기 위해 내라는 거냐"라는 입장인 것이다. 이걸 두고 니가 맞네 내가 맞네 싸우는 게 현재 진행중인 "넷플릭스 망사용료 논란"이다.
"우편" 비유를 빌려 설명하자면, "택배"를 자주 사용하는 해외 기업들에게 배송을 빨리 해주는 대신 "특별배송비"를 받기로 했는데, 넷플릭스가 자기들만의 "쿠팡 배송"을 시작하면서 "우리는 특별배송비 안 낼래"하고 나온 것이다.
즉,
"너네 제품 다 이거로 해줄께 요금 내"라는 통신사의 요구에
"우리는 이거 하는데?"하고 거부를 하는 게 현재의 넷플릭스 상황이다.
실은 이 논란은 어느 한 쪽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결국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산업이 만들어지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한번은 겪을 수 밖에 없는 "영역 정리"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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