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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adhd로 망가진 가정

누루하치 2021. 8. 8.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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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저학년 아이가 adhd에요
2년째 복약 및 치료 중입니다

전에 비해 나아진 점 분명 있지만
여전히 또래보다 충동,말,행동 조절 안 되고요
그 또래들을 코로나로 안 만나니 (사적모임)
저는 너무 좋은데
아이는 욕구 불만이 심해지는 것 같아요

할 일 알아서 잘 하지 않고요
공부를 많이 시켜서가 아니라
하루의 첫 할일부터 짜증 한숨쉬니
어째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아이들 특성이
할일 다 하면 ㅇㅇ줄게 ㅇㅇ보여줄게
로 회유가 안되고
내 가 지 금 이 게 하 기 싫 다
면 끝입니다 참는 것도 조절도 안 되는 거죠

문제는 저와 남편이 이제 너무 지쳐서
대응할 정신력이 남아있지 않다는 겁니다



아이를 자꾸 피하게 되고
끊임없이 말하고 요구하고 짜증내는 아이를 피해서
주말에 운동하러 간다고 나와서
차에 세시간 있은 적도 있습니다
운동 그 날 휴일인데 저는 미치겠어서 나왔고
주차장에서 공회전 못하게 하니까
에어컨도 안 틀고 있었어요 그래도 살 것 같더군요
땀범벅이라 본의 아니게 운동한 티는 났네요

주말 저희집 풍경은
남편과 제가 번갈아 누워있거나 폰보고
아이는 혼자 책 읽거나 게임합니다
할일 하라고 안 하면 그나마 짜증 안 들어도 되니까요
동네 술취한 할아버지 피해다니듯
부부가 이 방 저 방 옮겨다니며
아이 눈에 안 띄려고 발악을 합니다
짜증의 레이더에 걸리기 싫어서요
단 걸 너무 좋아해서 계속 요구하는데 안 된다 하면 짜증내고
키 재달라 해서 재주면 안컸다고 자기만 작다고 짜증
밥 차리면 먹은지 5분 안 되서 배부르다고 짜증



일일히 다 쓸 수는 없어요
저는 심한 무력감을 느낍니다
밥 잘먹어야 하는 이유
공부 숙제 해야하는 이유
방을 정리해야 하는 이유
남한테 예쁜 말 해야하는 이유
다 설명을 수천번 거듭해 주지만
통하지 않아서 그냥 입을 닫았어요


지금 저와 남편부터가 심하게 번아웃 된 것 같고
특별히 싸우지 않았는데도
주말에 얘기를 나누지 않습니다
참고 참는다지만 결국 아이와 마찰이 생기는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서로 이해하면서도 환멸을 느끼는 것 같고요
아이가 “또 시작” 했을 때 내가 겨우겨우 참고 있는데
남편 쪽에서 화를 내버리면
다 물거품 된 것 같아 저도 같이 폭발하고요
상대도 마찬가지겠죠



둘 다
아이가 크면서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별로 없습니다
5-6살 때부터 그 희망이 매년 산산조각 났거든요
매주 치료 가지만
가서 얘기하고 상담받고 다시 다짐하고 돌아오는
저의 모습이 너무 가식적이어서
그 또한 가증스럽습니다


이런 가정의 최후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아이가 하자는 놀이를 해도
결국은 막무가내 짜증과 눈물로 끝나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요즘 어느집이나 그렇겠지만
수업도 다 온라인이고 아이와 둘이 집에만 있는데
제가 이런 상태이니
아이가 제 눈치를 더욱 봅니다
저에게 하루에 미안하다는 말만 수백번 하는 것 같아요
제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니까
들고가던 책만 떨어뜨려도 미안하다고 해요

물론 본인의 행동엔 변화는 없고
말 안듣고 짜증낼 건 다 내면서
그냥 미안하다고만 하네요
소아 우울증 금쪽이 보면서 비슷하다 느꼈어요


이 글에는 노력 부분이 빠졌네요
요지는 몇년 간 책 수십권을 읽으며
놀이, 대화, 훈육방식, 외부활동 등
노력을 해도 나아지지 않아 지쳐 나가떨어진
지금 상태에 대한 글입니다

그래도 그냥
가면을 쓰고 눈물을 삼키고
아이와의 시간에 있어 지속적인 노력만이 답이겠죠
어쨌든 미성숙한 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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