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의 BTC기준 5월 5일 종가는 223,962사토시였으나 5월 12일 오후 2시 30분부터는 1~2사토시의 시세로 추락하였다. 1사토시는 업비트 거래소에서 시세의 최하점으로, 1억분의 1 BTC를 의미한다(5월 13일 기준 약 0.4원). 업비트 거래소에서 매도로 올릴 수 있는 거래 최소단위가 1사토시이므로 이보다 더 떨어지는 것은 합병 외에는 불가능하다. 즉, 말 그대로 바닥을 찍었다고 할 수 있으며 사실상 거래소 화면에만 떠 있을 뿐, 시장에서 퇴출된 것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심지어 업비트 외의 다른 마켓은 1사토시보다도 더 낮은 단위로도 거래가 가능하여, 5월 13일 17시에는 김치 프리미엄 알람이 700%에서 2300%까지 뜨기도 했다. 해외 시세로는 1루나가 1/7사토시 (약 0.057원 ) ~ 1/20 사토시(약 0.02원) 정도에 거래된다는 것으로 루나 2만 2650~6만 4500개를 모아야 겨우 1달러(5월 13일 원달러환율 1290원 기준)로 교환 가능하다는 말이다. 150만분의 1토막이 난 수준. 국내 거래소의 대처가 늦어지는 와중에 해외 주요 거래소가 선제적으로 거래를 중단시키면서 그 티끌만한 교환가치마저도 소멸되었다.
처음부터 사기 범죄 목적으로 만들어진 스캠 코인보다도 추락폭이 더 심할 지경이다. 전형적인 폰지사기행태를 보인 얼랏코인의 경우도 -98.43%인 것을 생각해본다면, 바이낸스 기준 시총 9위, 업비트 기준 시총 4위에 매스컴에서까지 활약하여 그나마 신뢰할 수 있는 편에 속하는 코인조차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으니 여러 방면으로 큰 파급이 미칠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결국 루나는 일주일만에 무려 -99.99999%라는 암호화폐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비유를 하자면 만약 1억원을 5월 5일 종가에 투자했을 시 현재 남은 금액은 단 446원으로, 벤츠 E450 값이 겨우 사탕 하나 사먹을 돈으로 바뀐 셈이다. 또한, 21년 공시가격 기준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인 163억 원짜리 더펜트하우스 청담 123평형이 일주일 만에 원룸 한 달 관리비 수준밖에 안되는 7만 3천 원으로 바뀐 것과 동급이다.
앞의 알고리즘과 연계하여 본다면, 기실 테라 소유자들은 테라를 곧바로 1달러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1달러에 상응하는 루나로 바꿀 수 있을 뿐이었다. 즉, 테라를 루나로 바꾸고 있는 그 와중에도 루나의 시세가 방어되지 않고 실시간으로 동반 추락할 경우 결국 페깅은 실패하고, 테라가 1달러 가치를 보장하지 못하는 순간 신용이 무너져 뱅크런 사태를 막지 못하게 된다. 예컨대 폭락장에서는 그날 정오에 '1테라 = 0.7 루나 = 1달러'란 공식이 성립했다고 해도, 너도 나도 할 것없이 루나를 던지면 오후 3시쯤에는 70루나로도 1달러를 못 구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93%까지 코인가치가 폭락할 당시 상황을 보면, 투자자들이 불안한 낌새를 눈치채고 1테라를 손절하려고 해도, 일단은 그 테라를 루나로 바꾼 다음에 거래소에서 루나를 털어야 하는데, 거래소에 그 바꾼 루나를 올리고 있는 그 순간 루나 가치가 실시간으로 폭락하고 있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루나를 제 값에 팔 수 없었고, 설령 일부 물량을 받아주는 사람이 있어도, 패닉 셀이 계속되면 더욱 불안해진 다른 투자자들까지 몰려들어 더 가치가 하락하는 악순환만 이어질 뿐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보지만, 여기까지 오면 운영진이 전혀 가치하락을 막을 방도가 없다.
그에 따라 패닉 셀이 발생하고 가치는 계속 나락으로 떨어져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본다.
LUNA는 UST의 가격을 헤지하는 역할을 하는 코인이다. 알고리즘은 UST가 과도하게 시장에 많이 풀리면(즉 UST의 가격이 1달러보다 낮아지면) 루나의 공급량을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이를 방어하는데, 물량이 너무 많은 나머지 이 과정에서 LUNA의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암호화폐 시장 자체의 하락세와 LUNA투자자들의 공황매도까지 겹치며 2022년 4월 5일 기준으로 119.18달러까지 올랐던 가격은 5월 5일 기준 약 86달러에서 불과 1주일 뒤인 5월 12일 23시 54분 기준으로 0.00354달러, 현물만 가정하더라도 -99.99%를 기록하며 폭락했다.
실제로 UST의 가격은 디페깅 사건 초반부터 알고리즘이 지속적으로 방어를 시도하긴 했다. 다만 점진적으로 느리게 회복되어 투자자들이 쏟아내는 물량을 감당할 수가 없는 바람에 큰 폭으로 하락되었는데, 알고리즘이 가격을 회복시키는 한계치까지 왔음에도 가격 하락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 한계치를 늘리는 방안을 대응책으로 낸 것이고, UST 한정으로 지금까지는 효과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UST의 가격방어 이후 루나의 가격이 회복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왜냐하면 트윗으로 언급한 대로 1순위 목표인 UST 1달러 페깅을 목적으로 상당한 양의 루나를 발행하여 팔고 있으며, 루나를 팔자니 단기적으로 가격이 떨어질테고, 그걸 다른 투자자들이 트위터로 물량 매도할 것이라고 공지한 판에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사야할 이유가 없다. 연 이율 스테이킹을 목적으로 하는 루나 홀더들이 있을 텐데, 해당 락이 풀리는 즉시 패닉셀을 목적으로 매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UST가 1달러로 다시 복구를 한다 치더라도, 이미 사흘 만에 60조 가깝게 시총이 증발한, 역대급으로 하락했던 코인을 신뢰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테라 개발사인 테라폼랩스가 이번 사태를 정면돌파로 해결하려면 외부자금이 최소 5조 원 이상 필요할 듯하다. 대규모 외부자금으로 시장에 쏟아지고 있는 루나 매도물량을 모두 흡수해서 단 하루라도 루나의 하락을 멈출 수 있다면, 투자자들도 공황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 다시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가 매일 뛰어다니며 자금을 구하고 있지만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기사도 있었다.
물론, 소위 말하는 잡 알트코인이나 사기 목적으로 발행한 스캠코인 중 세력들의 개입으로 인해 하루만에 -60%, -90% 가격을 찍거나 상장폐지가 된 사례가 없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루나는 업비트 기준으로 시총 4위, 바이낸스 기준으로 시총 9위였던 대규모 프로젝트였는데도 불구하고 5월 9일부터 3일간 -99% 하락율을 보여줬기 때문에, 시총이 높고 많은 사람이 보유한 코인이라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을 완전히 부숴버린 셈이다. 즉, 이번 사태는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신뢰성'을 깨버린 것이다.
비트코인이 처음 시장에 공개되었을 때부터 '암호화폐는 결국 폰지사기나 다단계가 아니냐?'라는 의문은 계속 지적되었다. 실제로 프로젝트가 본 궤도에 오르게 되면 초기 진입자가 유리하고, 발행주체의 신뢰가 떨어지거나 제대로 후발 투자에게 이득이 지급되지 않는다면 후발 투자자는 큰 손해를 보게 된다는 점에서 다단계성 요소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 LUNA 코인은 코인신용평가 사이트 Xangle(쟁글)에서 A+를 받은 코인이다. 업비트,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 거대 거래소에 상장한 코인들 중 A도 못 받은 코인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 폰지사기나 다단계일지언정 어느 정도 그럴듯한 로드맵을 갖추었다 보고, 이 프로젝트를 신뢰하는 사람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며칠만에 만토막이 넘게 증발해버린 것이다. 이후 11일 기준 등급이 BB로 강등되었다.
나름대로 신경써서 만든 코인이나 사기 칠려고 찍어낸 코인이나 가격 안정성은 오십보 백보임이 이번 사례로 증명되었기 때문에, 루나보다도 신용이 없는 코인들에 치명타가 가해졌다. 또한 루나와 비슷하게 작동하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과 심지어는 테더 같은 현물 담보를 보유한 스테이블 코인들에도 엄청난 양의 미국 달러로의 환매가 이루어져 대부분 스테이블 코인들의 페깅이 깨졌다가 그나마 USDT 등 현물 담보 스테이블 코인들은 안정을 되찾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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