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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집중화 지방 소멸중 대한민국 헌재는 어떻게 수도를 관습헌법으로 판결했을까?

에꼬로크 2023. 1. 26. 20:04

2004년, 당시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형정수도 이전에 대해서 헌법재판소가 내린 '관습헌법' 판결, 이 판결은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음.

 

헌재는 서울이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이어져온 수도라는 근거로 경국대전을 언급하여 여기에 논란이 집중되는 면이 있지만, 당시 헌재가 들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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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국명이 대한민국이라는 것, 대한민국의 국어가 한국어라는 것, 국문이 한글이라는 것 등의 조항은 헌법으로 담을 필요도 없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헌법으로 규정되어있지 않다. 이러한 것은 국가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핵심적 헌법사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핵심적 헌법사항을 관습헌법이라 하며, 관습헌법이 성립하기 위하여서는 관습법의 성립에서 요구되는 일반적 성립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기본적 헌법사항에 관하여 어떠한 관행 내지 관례가 존재하고

 

둘째. 그 관행은 국민이 그 존재를 인식하고 사라지지 않을 관행이라고 인정할 만큼 충분한 기간 동안 반복 내지 계속되어야 하며(반복·계속성)

 

셋째, 관행은 지속성을 가져야 하는 것으로서 그 중간에 반대되는 관행이 이루어져서는 아니되고(항상성)

 

넷째, 관행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정도로 모호한 것이 아닌 명확한 내용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명료성).

 

다섯째, 이러한 관행이 헌법관습으로서 국민들의 승인 내지 확신 또는 폭넓은 컨센서스를 얻어 국민이 강제력을 가진다고 믿고 있어야 한다(국민적 합의).

 

1. 우리 민족 최초의 통일국가인 고려시대 서울이 남경으로 지정되어 개성, 평양과 함께 3대 행정거점으로 꼽혀 고려 왕들의 행차가 잦았으며, 큰 시가지가 형성되었다.

 

2. 조선 개국 후 태조가 한양을 도읍으로 정하여 극초기를 제외한 조선 500년 내내 수도로 기능하였다. 당시 조선의 최고 법전 경국대전에서도 역시 한성을 수도로 명시하였다.

 

3. 일제 식민지가 된 조선이었지만 그럼에도 한성은 경성으로 이름이 바뀐 채 식민지 조선의 행정중심지 역할을 담당하였다. 독립운동 면에서도 1919년 민족 대표들이 독립 선서를 발표한 곳이 경성이었으며, 세계 곳곳에 있었던 여러 곳의 임시정부들이 서로 소통의 필요성을 느꼈을때 소통을 담당하던 통합조직이 경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던 등 식민지 시절에도 우리 민중은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4. 이러한 점이 겹쳐 광복 후 미군정기 당시 미군정법령에서 서울을 '조선의 수도'로 명시하였으며, 특별시로 독립시켰다. 남조선 과도입법의회에서 당시 발의한 법률에서는 '서울시는 특별시로 하여 중앙정부가 직속하게 함'이라 명시하는 등 수도의 특별성을 인정하고 있었다.

 

5. 현대 대한민국에서는 헌법에 수도가 명시되어있지는 않으나 '서울특별시 행정특례에 관한 법', '지방자치법'에서 서울을 수도로 지속적으로 언급해오고 있다. 이는 현대 대한민국의 수도가 서울이라는 법적 확신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것 역시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형성되어온 계속적 관행(계속성)이며, 이러한 관행이 깨지지 않고 변함없이 오랜기간 실효적으로 지속(항상성)되어왔고,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 견해 차이를 보일수 없는 명백한 사실(명료성)이며, 이것이 오랫동안 굳혀져왔기 때문(국민적 합의)에 비슷한 조건을 충족하는 한국어, 한글과 동일하게 국가 구성의 근본이 되는 핵심적 헌법사항에 들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핵심적 헌법사항의 경우 행정부나 입법부, 사법부가 독단적으로 개정하기에는 그 중대성이 크므로, 이러한 사항을 개정하고 싶다면 헌법 개정에 국민투표를 요하는 것처럼 국민투표로 정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는 많은 찬반 논란이 있었음. 이러한 관습헌법에 대한 찬반여론을 몇가지 소개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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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근거

 

1. 관습헌법이란 것은 엄연히 존재할 수 있는 것이 맞다.

 

국가를 막론하고, 어떤 국가의 헌법을 제정할 시 이견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사실은 성문 헌법에 구태여 표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법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헌재에서는 국어와 국문이 한국어와 한글이라는 것이 헌법에 적혀있지 않지만 이견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사실이라며 예로 들었는데, 만약 어느날 고급인재 육성의 기초를 다지겠다는 명목으로 여야가 협력해 대한민국의 국어를 영어로 하는 안(ex. (가칭) 우리말 사용 진흥을 위한 특별법 제 1조 : ① 이하 조항에서의 '우리말'은 영어를 뜻한다 등)을 통과시킨다면 설사 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관습헌법 위반에 따라 저지할수 있다.(이후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에서 한국어가 대한민국의 국어로 명시되었지만, 이 헌재 판결은 2004년의 것임.) 

 

물론 어떠한 이유로 국내에 영어를 실질적 공용어로 사용하는 인구가 더 많아진다면 관습의 붕괴로 판단하여 이러한 행위가 허용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저지되는 것이다.

 

2. 헌법판결의 특성상 이런 사례가 나오는 것은 어쩔수 없다.

 

실제로 헌법 13조 2항에서는 사유재산을 인정하며, 소급입법에 의하여 박탈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 조항을 근거로 한 친일파 재산환수법의 위헌심판에서 헌재는 식민지 체제에서의 식민세력 협조 행위라는 과거에 잘못되었으나 미처 고치지 못했던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으로써 모든 국민이 이를 통해 형성된 재산의 소급적 박탈을 예상할 수 있으므로 소급입법 금지의 예외사항으로 봐야 한다라고 판결했는데, 반대론자들의 논리대로였다면 이 법은 위헌으로 판결되었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3. 헌법에 규정되어있지는 않아도 누가 봐도 헌법적인 사항을 단순 법률로 제정하는 것을 허용하는데에 대한 문제점

 

만약 이 조항이 합헌 판결을 받아 수도이전이 성사되었다면, 이후에도 같은 이유로 단순히 국회의원 과반 출석/과반 찬성만으로 수도이전이 재차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설사 수도이전이 이후에 성사되지 않는다고 해도 지속적인 정치적 쟁점화로 정치사회적 낭비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비단 수도 뿐만이 아닌 앞에서 설명한 국어, 국문 등에도 해당된다.

 

4. 헌재는 수도이전 행위 자체가 위헌이라고 보지 않았다.

 

헌재는 수도의 위치가 관습헌법으로 규정된 사항은 맞지만, 엄연히 국민투표라는 수단을 통해 이러한 관습헌법은 무력화될수 있다라는 의견을 냈고(이는 단지 대한민국의 개헌 과정이 국민투표를 요하고 있기 때문. 만약 미국 같이 연방의회 찬성+주의회 찬성만으로 개헌이 가능했더라면 이런 과정이 필요없었을 것이다), 단지 부결 시의 정치적 타격을 우려한 노무현 정부가 국민투표를 실행에 옮기지 않은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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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근거

 

1. 헌법재판관이 사실상 마음껏 헌법에 준하는 사례를 만들수 있게 된 삼권분립 위반

 

어디까지나 이론상이지만, 관습헌법의 남발을 통해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의 찬성만으로 헌법에 준하는 판결을 마음껏 만들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고 말았다. 다시 말해 입법부의 제정과 통과, 행정부의 거부권 없이 마음대로 법을 만들수 있다는 것이며, 엄연한 삼권분립 위반에 해당된다. 이러한 관습헌법 판결은 사사오입 개헌 이후로 사법부가 만든 최대의 독소조항이다.

 

2. 과연 수도가 핵심적 헌법사항이 맞기는 한 것인가?

 


관습의 규범성을 이유로 서울의 수도로써의 지위가 핵심적 헌법사항이라고 본 것이 헌재의 판결인데, 한국어, 한글 등과는 다르게 이러한 요소만으로 이를 핵심적 헌법사항으로 봐야 되는지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실제로 당시 여론조사에서도 서울의 수도로써의 지위에 대해서는 전체 국민의 90% 이상이 이견을 내지 않은 반면 오차범위 내이긴 했지만(신뢰수준 95%, 오차범위 ±3.1%) 이것이 강제력을 가진 관습헌법으로 봐야 할지에 대해서는 49.8%가 동의하지 않아 동의자(44.9%)보다 많았다.

 

또한 이러한 관습의 규범성은 매우 제한적으로 신중하게 인정해야 한다. 규범을 규정함에 있어서 당위를 따지는 경우가 많긴 해도 관습이라는 것은 당위 이전에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당위성이 없이 관습이 옳다고 본다면 전족이나 명예살인 등의 관습도 옳다고 봐야 한다.

 

3. 한번 이전한 수도를 다시 이전하는 것이 과연 쉬운가?

 

과거 왕국인 통일신라에서조차 신문왕이 서라벌(경주)에서 달구벌(대구)로 천도하려 시도했으나 신하들의 격렬한 반발 끝에 결국 뜻을 접은 바 있는데, 하물며 민주국가인 현대 한국에서 행정수도 이전 후 재차 천도가 추진될 때, 격렬한 반발을 무릅쓰고 이를 추진할 국회의원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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