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기 전에
- 우리가 MBTI를 대하는 자세
일단 말해두지만 나도 MBTI를 극단적으로 신봉하는 사람을 싫어하고
MBTI가 유행하는 상황을 다소 거추장스럽게 생각한다.
MBTI는 학계에서 지배적인 이론도 아니며, 나 스스로도 MBTI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식인은 MBTI를 맹신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내 주변의 사람은 그렇다.
그러면 왜 그렇게 다들 MBTI 화제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
내 생각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MBTI는 자기소개라는 유용한 기능이 있다.
사실 이론적으로 MBTI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그냥 테스트 주체의 판단을 그대로 보여줄 뿐인 검사라는 데 있다.
말하자면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예요!" 라고 테스트를 체크하면
"너는 내향적인 사람이구나!" 라고 보여줄 뿐이라는 것이다.
근데 생각해보면 이건 그냥 자기소개를 할 때도 똑같이 발생하는 문제이다
그니까 MBTI를 진짜로 사람을 궤뚫어보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나는 이런 사람이예요" 라는 자기소개 레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서 뭐 흔히 E는 외향적이고 I는 내향적이라고 하니까
"저는 쉴때 집에 있는거 좋아해요" "아 그러시구나. 저는 친구들하고 노는게 좋더라구요" 같은 대화를
"저는 I예요" "아 저는 E예요" 라는 단어로 바꿨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식으로.
MBTI는,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로 또 짧은 시간 안에 본인의 성격을 스스로 소개하는 데에 매우 유용하다.
두 번째로, 그에 따른 화제가 무궁무진하다.
저 네 글자에 함축되어 있는 의미가 상당히 다양하기에
MBTI를 공유하는 것 만으로도 가능한 화제가 상당히 늘어난다.
예를 들어서 둘 모두 I인 상황이라면
"와 I시구나~ 저도 I예요"
"그쵸 쉴 땐 집이 최고예요~"
"맞아요 친구랑 놀 땐 분명히 좋은데, 다 놀고 나서 집에서 씻고 딱 폰 잡고 침대에 누워야 쉬는 것 같은 느낌 있잖아요"
"아 맞아맞아. 그리고 다음날에 또 약속 잡히면 분명 좋은 친구들인데 나가기 귀찮고"
"그러니까~"
뭐 이런 식으로 공감대를 형성한다든가
반대로 "그러면 ㅇㅇ씨는 ~~하셔요?" 하는 식의 화제를 던진다든가
성격과 상황에 따른 화제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소개팅 자리에서 말문을 트기에 좋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런 두 가지 장점이 있으니
우리도 절대 '과학적 지식'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기소개 수단'과 '대화의 수단'으로서
MBTI의 기초를 익혀보자.
정작 서론이 길었지만
본론은 짧게짧게 최대한 기초만 알려주려고 한다.
알아듣기 어려운 얘기 빼고 직관적으로 얘기하려고 노력해보겠다.
1. E와 I
E는 외향, I는 내향이라고 한다
쉽게 설명하면 E는 나가서 사람들과 어울려 놀기 좋아하는타입으로
I는 집에서 놀기를 좋아하는 타입으로 많이 설명한다.
그래서 흔히 E는 인싸타입, I는 아싸타입 이라고 얘기한다.
- 여기까지만 알아도 일반적으론 대화엔 문제 없는데 사실 저거랑은 조금 다르긴 하다
정확히 E와 I의 차이는 '에너지를 어디서 얻는가' 이다.
위에서 대화한 것처럼, 나가 노는 것 자체는 좋아해도 즐기는 것과 별개로 지치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약속이 있으면 나가서 적극적으로 놀지만
주말 이틀 모두 약속이 잡혀버리면 "난 언제 집에서 쉬어...?"라고 중얼거리는 사람들
'힐링'이라고 표현하면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떠올리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I이다.
그래서 막상 술자리같은 데서는 신나게 잘 어울려놓고도 MBTI는 I인 사람들이 종종 있다.
반대로 E는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에너지를 얻는 타입이다.
일이 힘들어서 빌빌거리다가도 친구들이랑 하룻밤 신나게 놀고 나면
분명 체력적으론 더 힘들텐데도 오히려 다음날 힘내서 다시 일하러 나가는
그런 사람들이 E이다.
2. S와 N
S는 감각, N은 직관이라고 한다.
S는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하는 것을 선호하는 쪽
N은 이론, 상상, 아이디어의 영역에 특화되어있는 쪽이라고 할 수 있다.
굉장히 쉽지만 조잡하게 예를 들어서
'무인도에 3가지 가져갈 수 있으면 뭐 가져갈 거임?'
'100억 생기면 뭐부터 할거임?'
'좀비 사태가 발생하면 무슨 무기가 제일 좋을까'
뭐 이런 잡담 주제들에 대해서 굉장히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런 활동을 흥미로워하는 타입이 N
반대로 그런 주제들에 대해서 '그런 일이 없을건데 그걸 왜그렇게 열심히 생각함 ㅋㅋ' 이라는 느낌이고
당장 본인이 감각적으로(그러니까 여기서의 감각은 오감, 그러니까 신체적으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만 생각하려고 하는 타입이 S
3. T와 F
T는 사고, F는 감정이라고 한다.
T는 뭔가를 판단함에 있어 이론적/객관적인 근거에 따르는 걸 좋아한다.
합리적이고 딱딱 떨어지는 걸 좋아하고, "맞다/틀리다"가 나누어지는 걸 좋아한다.
반면 F는 감정 내지는 인간과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며 도덕과 공감을 중시한다.
이 파트는 아래의 짤들이 굉장히 실감나게 설명하니 자세한 설명은 짤로 대체한다.
4. J와 P
J는 계획적
P는 즉흥적/임기응변적
나도 ㄹㅇ 이거밖에 모른다. 그리고 이 이상을 알아야 할 필요를 느낀 적도 없다.
5. 이 기초지식을 활용하는 방법
나같은 경우 MBTI 화제가 나오면, 대충은 알지만 자세히는 모른다고 보험부터 깔고 시작한다.
왜냐면 저 성향별로 다 안다고 끝나는게 아니라
저기서 파생되는 16가지 성격별로, 뭔가 그 성격들의 특성들이나
그 성격간의 유명한 궁합들까지 주르륵 있는데
난 거기까지 알지도 못하고 그렇게 알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상대가 이런 깊숙한 부분까지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화 중간에 알아서 줄줄 설명해줄 것이다. 맞장구만 치면 된다.
대신 이제 상대가 자신의 MBTI를 말하면, 네개의 알파벳을 쪼개서 하나하나씩 1~4번에서 설명한 것에 짜맞추면 된다.
뭐 예를 들어서 ENTP라고 하면
'저 사람은 밖에서 노는 것에서 에너지를 얻고
상상이나 직관적인 부분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고
감정적이기보단 합리적인 편이며
계획적이기보단 즉흥적인 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군'
이런 식이다.
만약 상대가 MBTI를 맞춰보라고 하면?
단서는 적겠지만, 역순으로 짜맞춰보면 된다.
예를 들어서 내 MBTI를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면
1. 시간 남을 때 집구석에서 인터넷보는 사람이니까 I일 확률이 높겠군
2. 이런 이론적이고 가정 속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거 보니까 N일 확률이 높겠군
3. 이론처럼 딱딱 맞춰서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으니 T일 확률이 높겠군
4. 계획적인지는 모르겠는데? 대충 찍자
뭐 이런 식으로.
실제로 내 MBTI는 ENTJ나 INTJ 둘이 번갈아서 많이 나온다. 대충 근사하게는 맞춘 것임 ㅇㅇ
글이 좀 길어보이지만 막상 1~4번에 담긴 이야기는 그렇게 길지 않다. 정작 0번이랑 5번이 길었지.
근데 0번 5번은 외워야 하는 부분은 아니니까, 1~4번 기초적인 지식만 갖고 나가면
그 다음부터는 애초에 본인이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대충 '이런 사람은 이런거 좋아하던데'의 레벨에서 맞춰 나가면 된다
그러면 막 대화가 너무 얼어붙거나 흐름이 끊길 일은 없을 것이다.
내용을 약간 추가하자면
MBTI를 이해할 때 또 하나 빼먹지 말아야 할게
각각의 타입은 사람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일종의 스펙트럼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거임
I여도 E가 섞여 있고, E여도 I가 섞여 있음.
"E 100%"와 "E 60%"는 많이 다름.
그리고 이 스펙트럼이 4가지마다 각각 있는 것이기 때문에
MBTI로는 똑같이 표현되더라도 그 안에서는 각각 천차만별의 성격이 있음.
대화를 위해서든 본인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든 이 부분은 꼭 잘 생각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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