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향수 추천글 < 시향기 <<<<< 직접 시향
향수 시향기 사이트인 프래그런티카.
향수는 생각보다 코 바이 코, 피부 바이 피부가 엄청 큼. 그래서 똑같은 향이라도 누구한텐 ㅈ같고 누구한텐 인생향수가 된다. 남들이 해주는 추천만 한줄 띡 받고 끝내기보다는, 그 향수 시향기를 검색해보면서 더 구체적인 느낌을 예상해보고 더 나아가서 직접 시향해봐야 알 수 있음. 시향기 또한 필자의 취향이 안 담길 수가 없기 때문에 직접 시향(가능하다면 착향까지)해보는게 최고다.
시향기는 일종의 후기고, 시향은 실측 사이즈를 알게 되는거라고 생각함. 그래서 향수를 시향기도 안보고 쌩 블라인드로 구매해버리면 진짜 옷 사진만 보고 옷을 사는거고, 시향기까지만 읽고 사는것도 옷 구매후기만 보고 옷을 사는 셈이야. 우리가 옷살때 전투복은 대충대충 사긴 하지만, 대부분의 향수는 한두푼이 아니잖아? 그리고 향수는 뿌리면 환불도 안 되기 때문에 막상 뿌려보니 좆같은 상황을 겪게 되면 옷 잘못샀을 때랑은 비교도 안되는 현타가 온다. 그러니까 가급적 시향을 할 수 있으면 꼭 해보고, 시향할 수 없다면 최대한 많은 시향기를 읽어보고 감을 잡자!
시향이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은 맞음. 누군가에겐 진짜 쉽지않음...... 더군다나 처음으로, 그것도 혼자 가보는건 사람에 따라 어려울 수도 있음. 근데 생각보다 점원들은 그렇게 시향하고 바로 나가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보기 때문에, 너무 주눅들 필요 없음. 정 뻘쭘하면 친구 혹은 애인이랑 가도 좋고.
그리고 시향을 하라는게 막 거창하게 시향기를 구구절절 남기라는 얘기도 아님. 딱 호, 불호 이렇게 2가지로만 분류해도 충분함. 아리까리하다? 그건 불호로 쳐도 괜찮음. 왜냐하면 우린 확실하게 '호'인 향수도 다 살 돈이 없으니까 ,,,, 그렇게 분류만 해도, 그날 시향은 성공한거다. 가능하다면 착향도 한 개 정도 부탁드려서, 자기 피부에 어떤 느낌으로 발향이 되는지 살펴보는게 베스트고!
아 그렇다고 추천글 쓰지 말란건 아님. 오히려 추천글을 쓰는건 어떤 향수들의 시향기를 찾아보고, 결과적으로 어떤 향수들을 시향할지 고르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큰 길을 잡아주는 역할로 추천글을 쓰는건 오히려 시간낭비를 줄여주니까!
대신 향수 추천해달라는 글을 쓸 때, 이하의 내용들을 같이 적어줄 수 있다면 더더욱 좋음.
A. 자기가 좋아하는 향수/향조
B. 자기가 싫어하는 향수/향조
C. 평소 입는 옷 스타일, 혹은 라이프 스타일 (직장이 어떤 분위기인지 등등...)
1-1. 그럼 시향은 어디서?
구매하지 않은 향수를 직접 뿌려볼 수 있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향수 매장을 방문해서 시향하는 것과, 개인 간 소분거래를 하는 것임. 이 글이 전부 꿀팁으로 다가올 향린이들에겐 후자는 애초에 기회도 갖기 힘들 것이라 매장 방문에 대해서만 얘기할게.
서울이라면 선택지가 아주 많다. 서울이 아니면 몇몇 하우스들은 시향이 힘들 수 있다.
여기서 또 선택지가 두 가지가 나뉜다. 딱 한 개의 하우스, 한 개의 향만 콕 찝어서 궁금한 경우와, 기왕 가는거 여러 하우스들의 여러 향들을 접하고 오는 것. 나는 향수에 관심이 생긴지 얼마 안 됐을수록, 즉 향린이일수록 후자를 강력 추천함. 왜냐면 여러 향수들을 맡아보면서 이건 호, 이건 불호 이정도만 정리를 해도 생각보다 구매할 향수 고를때 엄청 큰 도움이 되거든.
그럼 이렇게 한번에 여러개 맡아볼 수 있는 가성비 있는 곳들이 어디가 있냐? 투탑은 신세계 강남, 롯데백화점(+애비뉴엘) 잠실임. 여기 두개엔 우리나라에 정식 수입사가 있는 하우스들 중 유명한 곳은 거의 다 있다고 보면 됨. 어느 정도냐면 신강에도 없는 하우스가 있고 롯잠에도 없는 하우스가 있지만 둘 중 하나도 매장을 안 둔 하우스는 없을 정도야. 이외에 압구정 갤러리아, 압구정 현대백화점 정도가 비비는 정도라서 이 4군데 중에 골라서 가는걸 추천함.
향수 하나만 궁금할 때엔 그냥 가까운 매장 가는게 장땡이다. 샤넬, 디올같은 씹근본 패션향수들은 향수 코너가 따로 없어도 대부분의 백화점 코스메틱 매장에서 같이 취급을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은 편이야. 올리브영 같은 로드샵에 들어온 저가 패션향수들은 두말할것도 없고. 근데 그렇게 매장 하나만 방문할 때에도, 기왕 간거 한 두세개 정도 같이 시향지 받아와라. 이정도까진 민폐 축에도 안낌. 하나의 향만 맡아볼 때보다, 두 개를 번갈아가면서 맡아볼 때가 더 호불호를 가르기 쉬움.
2. 싸다고 안좋고, 비싸다고 좋은게 아니다.
코로나 이후로 향수 시장 매출이 엄청 올랐음. 보복 소비의 일종으로 봐도 괜찮은데... 아무튼 이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고가인 니치 향수도 훨씬 대중화됨.
그래서 향린이들이 사실 입구컷 당하는 이유가 생긴것이기도 함. 니치향수는 싼게 10만원, 비싼건 30만원도 훌쩍 넘기니까. 이제 향도 좀 신경쓰려고 향수를 알아보는데 가격이 너무 비싼 고로, 구매를 주저하게 되는거지.
명심해야 할 것이, 절대 비싸다고 좋은 향수가 아니고 싸다고 싸구려 향수가 아님. 안 그런 분야가 어딨겠냐만은, 사실 향수야말로 스노비즘이 의미없는 영역이야. CK같이 오랫동안 좋은 평을 들으면서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패션향수 하우스가 있는 반면, 크리드처럼 비싸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와는 별개로 기본적인 qc도 안 되는 것 때문에 욕을 먹는 니치향수 하우스도 있거든.
그럼 니치향수는 그냥 창렬이냐? 그건 아니고, 패션향수와 니치향수의 지향점이 좀 다른거야.
한 마디로 줄이자면 패션향수는 '대중성', 니치향수는 '독창성'이 목적인 하우스인거지.
향린이들에겐 사실 백화점보다도 더 먼저 시향하러 떠날 곳이 따로 있어. 바로 올리브영, 그리고 자라다.
올리브영은 다들 알거야. 향수코너 있는거. 근데 거기에 전시된 향수들, 생각보다 굉장히 좋은 향수들이야. 검증된 향이니까 그 가격에 박리다매를 할 수 있는거고, 그런 판매량이 감당 가능하니까 전국의 올리브영에 우수수 들어온거다. 즉 호불호가 안 갈리는 향들이 많다는거야. 더군다나 로드샵 특성 상 시향할때 눈치를 안 봐도 되는 것, 이건 우리 쉽지않음단... 에게는 무시못할 좋은 장점임.
앞서 말했듯이 향수는 호불호의 영역이 굉장히 커서, 올리브영 향수는 무조건 호불호없고 니치향수는 호불호 존나갈리고 이런 말을 하는게 아님. 단지 난해한 향이 적다는거야. 니치 하우스들 향수 싹다 맡아보면 '이건 진짜 좆같네' 라는 반응이 나올만한게 하나쯤은 있거든? 근데 올리브영은 그런 비중이 적다는거지.
그럼 자라는 뭐냐? 자라도 생각보다 꿀단지 덩어리인 곳임. 조말론 여사 모시고 콜라보한 자말론 시리즈 유명하지? 개인적으로 자말론에 몇 개는 폭탄이라고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훌륭한 향들을 훌륭한 가격에 뽑아내는 곳이 자라다.
근데 이뿐만이 아니야. 자라는 자체 향수들도 굉장히 좋다. 스파 브랜드 특성상 향수도 좀 많이 찍어내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 중에서 정말 보석같은 향수들이 생각보다 엄청 많음. 사람에 따라서는 니치향수처럼 느껴질 수 있는 향수도 있음. 나 역시도 여러 향수를 사오고 다시 방출했지만, 그럼에도 내 향수장에 남아있는 몇 개 안 되는 향수 중에 자라 향수가 있어.
올영도 자라도 향수들이 너무 많아서 감을 못 잡겠다면, 3개씩 추천할게. (남자라는 가정 하에)
올리브영 - ck one, 몽블랑 익스플로러, 베르사체 에로스 edp
자라 - 에보니 우드(자말론), 리치 웜 어딕티브, 바이브런트 레더
3. 돈아까우면 향수는 중고로 사라, 그리고 향수에 유통기한같은건 없다
이건 모든 중고품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은 패스해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꽤 돈을 많이 아껴줄 방법임.
향수는 감가상각이 존나 기형적이다. 거의 자동차, 아니 자동차보다 더 씨게 감가상각을 쳐맞는 물건이야.
향수는, 사용에 따른 품질 저하가 전혀 없는 상품이다. 그러면서 감가는 있는대로 쳐맞아. 심지어 포장만 뜯어도 몇만원은 뭉탱이로 날아가는게 향수다.
향수는 사치품이라는 특성 상, 선물로 주고 받는 용도로 사는 경우가 많아서 개봉해도 가격이 많이 떨어지는 편임. 근데 이 글을 읽는 우리는 내가 뿌리고 말건데 포장상태 알빠노? 심지어 사용한 제품도 마찬가지야. 50ml에 20만원짜리 향수가 있다고 치면, 30ml 남은 향수는 8~10만원 정도에 거래되는게 보통이야. 가격 방어가 안 돼 향수는. 그래서 그 향을 구매할게 확실하고 중고품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 중고 거래는 아주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어.
*
여기까지 읽었다면 의문점이 몇가지 들 수 있어.
A. 변향은 조상님이 없애줌?
향수가 백년 천년 똑같은 향이라는 말은 아님. 변향이란건 존재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향수에선 변향이 그렇게 쉽게 오는게 아님. 딱 하나, '태양광'만 차단해줘도 향수는 진짜 정말 오래 쓸 수 있다. 습도까지 관리해주면 더더욱 좋고.
거꾸로 말하면, 관리가 안된 향수들(근데 이런건 티가 난다. 라벨이 존나 드럽다던지...)은 구매 시기까지 오래 됐다면 약간 걱정할만해. 사진에서 눈에 보일 정도로 변색이 있다면 변향은 무조건 있음. 그러니까 향수 보관을 어떻게 했는지 정도는 구매자한테 물어보고 사도 좋다!
B. 유통기한(사용기한) 간당간당한데 사 말아?
결론부터 말하면 '보관만 잘 했다면' 유통기한이 지나도 써도 괜찮아.
향수의 유통기한뿐만 아니라, 모든 제품들의 유통기한은 '이때까지 다 쓰세요'가 아니라, '판매자들은 이때까지만 이거 파세요' 라는 뜻임. 그리고 이렇게 향수에 유통기한이 달린 채 유통되는건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기이한 제도야... 오히려 향수 컬렉터들 중에선 일부러 오래된 제조년도만 찾아서 모으는 사람도 있는데, 이 사람들도 그냥 관상용으로 사려는게 아니라 실제로 향수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기 때문에 모으는거임. 실제로도 뿌리고. 그 유명한 크리드의 어벤투스라는 향수는 로트(제조년도) 별로 향이 조금씩 달라서, 몇 년 전에 나온 제품을 더 비싸게 사고 파는 경우도 있음. 이렇게 들쑥날쑥한건 크리드의 비판점이기도 하지만...
그럼 왜 우리나라 향수들은 유통기한을 달고 파는가? 그건 우리나라에서 향수를 '화장품법'의 적용 대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야. 단지 그 이유 뿐이고 향수의 사용기한과는 아무 상관 없으니 뭐 유통기한이 반년 남았고, 1개월 남았고 그래서 안 살 필요는 없음!
...여기까지는 확인된 사실이고, 내 개인적인 사견을 첨언하자면 EDT와 같이 부항률이 낮은 제품들은, 보관을 정말 잘하지 않는 이상(향수장에 넣어둔 채 뚜껑을 덮어둔다거나) 약간은 향이 옅어지는 경향이 있었음. 물론 그 단위가 한 5년 정도긴 하고, 엄청 큰 체감은 안 되긴 했지만.
그러나, 향수를 창가에 두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형광등까지 가리는 정도로 관리를 빡세게 하는 사람 역시 별로 없음. 그래서 발향력이 강하지 않은 향수라면 유통기한 임박한 향수는 약간 고민은 하길 바라. 우리나라의 향수 유통기한은 5년으로 꽤 긴 편이니까.
C. 짝퉁이면 어떡함?
잘 모르는 사실인데, 우리나라는 중고 향수를 진짜 존나 손쉽고도 믿음직스럽게 살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야.
B의 답변과 연계된다. 우리나라에선 향수가 '화장품법'에 의해 관리를 받아. 그렇게 화장품법에 의해 관리를 받는 모든 제품들은 의무적으로 제품에 명기해야할 사항이 있음. B에서 주구장창 얘기한 유통기한(사용기한), 제조번호, 그리고 화장품책임판매업자 이렇게는 무조건 적어야해. 그게 소위 말하는 '국문택' 이다.
이때 화장품책임판매업자가 뭐냐? 수입자를 말하는거야. 즉 '국문택'이 달려 있다면, 그 향수는 수입업자를 통해 정식으로 통관되어 들어온 향수라는 뜻이지.
딱 잘라 말할게. '국문택'이 있으면 무조건 정품이다. 그게 공식수입자건 병행수입자건 상관 없어.
가끔 진짜 악질 개인판매자들이 번개장터나 중고나라 같은 곳에서 병만 국문택달린 용기에다가 물같은거 채워서 파는 새끼들도 있지만 이건 진짜 극소수고, 또 이런 애들은 한두개만 그렇게 파는게 아니라 대충 판단할 수 있을거야.
왜 국문택이 붙어있으면 정품이냐? 짝퉁향수 판매원들은 그렇게 병행수입업자로 등록을 해서 벌기보단, 더 싼 가격에 그냥 들여와서 파는게 더 남는 장사거든. 병행수입업자로 등록을 하게 되면 구비할 서류도 많아지고 골치아파지니깐. 그래서 병행수입업자로 정식으로 등록을 한 업자들은 진짜 정품을 떼가지고 파는 곳들이 99.9%임. 애초에 향수 병행수입자가 그렇게 많지도 않고....
어차피 백화점에서 살게 아니라면, 오히려 국문택이 붙은 중고 정품향수를 사는게, 네이버스토어같은 곳에서 짝퉁일지도 모르는 향수 사는 것보다 훨씬 리스크는 낮고 효용은 큰게 중고 거래같다고 생각해.
대신 뭐 면세점에서 산 물건같은 경우는 구매하기 애매하긴 하지... 대신 그렇게 면세점에서 사는 향수들(특히 인천공항에서 출국 전에 산거) 보통 온라인면세점에서 쿠폰 잔뜩맥여서 사니까, 구매내역이 남아있을 수도 있음. 영수증같은게 있으면 확실한데, 아니면 믿음의 영역이지 그때부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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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백화점에서 사는게 기분은 제일 좋지. 선물용으로 살때도 그렇고, 백화점에서 사면 이것저것 샘플도 엄청 많이 챙겨주고 쇼핑백도 챙겨주고,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기분을 선사해주는건 맞아. 다만 예산을 조금이라도 아끼고 싶다면? 중고거래 꼭 생각해보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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