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더 행복해지는 것보다 덜 우울해지는게 중요하다
(출처 : 2011년 OECD 건강통계)
인구 천 명 당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환자의 숫자를 보자. 우리나라 국민 1,000명중 13명이 우울증 약을 먹을 때, 핀란드에선 70명이 먹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핀란드 사람들보다 덜 슬프거나 우울증 환자가 적기 때문일까?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자살률 세계 1위 국가지만 핀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다.
핀란드 이외에도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위스, 네덜란드, 캐나다, 뉴질랜드, 스웨덴, 호주가 우울증 약을 많이 먹고 있다. 놀랍게도 유엔이 발표한 행복 순위 상위에 랭크된 곳과 대부분 일치한다. 가장 우울증 약을 많이 먹는 나라 5개국이 가장 행복한 나라 10위 안에 든다.
행복을 위해 우울증 약을 많이 먹어야한다는 뜻이 아니다. 행복을 위해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한다는 것이 옳은 해석이다. 행복에 도움되는 열가지보다 행복을 방해하는 한가지를 없애는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발표된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재진 교수의 연구를 보자. 평소 만족도가 높은 행복한 사람과 만족도가 낮은 불행한 사람으로 나눴다. 그리고 ‘자유’ ‘존중’ ‘사랑’ 등의 긍정적 단어를 줄 때와, ‘범죄’ ‘실패’ ‘공포’ 등의 부정적 단어를 보여줬을 때 MRI 검사를 통해 두 그룹간 뇌의 활성도 여부를 관찰했다.
연구진은 만족도가 높은 그룹에서 긍정적 단어를 보았을 때 전전두피질의 활성도가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즉 삶의 만족도가 높은 그룹은 긍정적 단어보다 부정적 단어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부정적 단어들을 보는 동안 뇌 속 깊숙이 위치한 감정처리영역인 편도섬엽 부위까지 활성화됐다. 이는 평소 행복한 사람들은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발생했을 때 뇌가 이를 적극적으로 인지하고 해결하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는 뜻이다.
우울증은 행복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다. 내가 우울하다면 적극적으로 치료받도록 하자.
둘째, 비교하지 말자
상식적이지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행복 비결이다. 핀란드(1인당 소득 $46,098)는 일본(1인당 소득 $46,736)은 비슷한 소득을 가졌으나 행복의 지표에서 핀란드는 최상위인데 반해, 일본은 중하위권인 이유는 무엇일까? 고려대 구교준 교수의 논문 <핀란드와 일본 사례를 중심으로 행복의 국가 간 비교분석>이 해답을 보여준다. 핀란드 사람들은 비교하지 않는다. 비교하면 불행해진다. 500만원을 벌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500만원을 번 후에도 700만원을 버는 옆사람과 비교하면 불행해진다. 이 점에서 핀란드 특유의 개인주의 문화를 눈여겨봐야 한다. 욜로, 휘게, 휘바란 용어 모두 핀란드와 덴마크, 노르웨이 등 행복 상위권을 차지하는 북유럽에서 유래된 것이 우연이 아니다.
셋째, ‘여우의 신포도’ 를 활용하자
비교하지 않으려면 여우의 신포도 전략이 매우 요긴하다. 자기가 먹지 못하는 포도를 바라보면서 “저 포도는 신포도일거야. 시어 터져 맛이 없을 거야.”하던 여우를 기억하는가?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해 평가절하 하는 여우식 사고방식은 비겁한 마음가짐이 아니라, 행복해지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하버드의 심리학 교수 댄 길버트가 테드 강연에서 소개한 실험을 살펴보자. 연구진들은 하버드생들을 대상으로 사진수업을 열었다. 학생들에게 사진 12장을 찍게 한 다음,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2장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두 장 중 한 장만 집에 가져가도록 했다. 학생들 중 절반에겐 나흘간 교환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나머지 절반에겐 주지 않았다. 연구진은 좀 더 심사숙고해 사진을 결정할 수 있었던, 교환기회가 있는 그룹의 만족도가 더 높으리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교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학생들은 대부분 본인이 갖게 된 사진을 싫어하게 됐고, 교환의 여지가 없었던 그룹의 학생들은 자신이 소유한 그림에 아주 만족했다. 선택한 것과 포기한 것에 얽매여 있다 보면 만족감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인생이 비참하고 무질서해지는 까닭은 선택한 것과 포기한 것의 차이를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좋은 것이야 있겠지만… 잘못에 대한 후회로 마음의 평화를 잃을만큼 가치있는 일은 없다"라는 애덤 스미스의 말은 ‘보이지 않는 손’만큼이나 오래도록 유효한 잠언이다.
넷째, ‘생민’만큼 ‘욜로’도 중요하다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2030세대 1,7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80%의 사람들이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금전적 여유’를 꼽았다. 한국갤럽과 조선일보 등이 10개국 5,19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을 때에도, 소득과 행복이 관계있다고 응답한 한국인이 92%였다. 우리 국민 중 다수가 행복해지기 위해선 돈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하버드 경영대학원 마케팅학과 부교수 마이클 노튼과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심리학과 부교수인 엘리자베스 던은 돈을 버는 것보다 어떻게 쓰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들의 책 <당신이 지갑을 열기 전에 알아야할 것들>에서 나온 행복을 부르는 지출방법 세가지를 추려 소개한다.
1, 기부하라. 연구자들은 브리티시 대학 캠퍼스에서 흥미로운 실험 하나를 시작했다. 자원자를 모아 5달러, 20달러가 들은 봉투를 나눠주면서 “오늘 5시까지 이 돈을 당신을 위해 쓰세요.” 또는 “남을 위해서 쓰세요.”하고 주문한 뒤 차이를 비교한 것이다. 대부분 대학생이었던 참가자들은 귀걸이를 사거나 조카를 위해 인형을 사는 데 돈을 썼다. 이후 일괄적으로 행복지수를 측정하자 돈의 액수와는 관계없이, 남을 위해 돈을 쓴 사람이 더 행복감이 높았다. 다수의 학생들이 돈 봉투를 받자마자 스타벅스에서 음료를 샀는데, 이때도 자신의 음료를 산 사람보다 남에게 사준 사람들의 행복감이 더 컸다. 이 실험은 우간다에서도 똑같은 결과를 냈다.
2, 체험에 돈을 써라. 여행을 가거나 콘서트를 보는 일에 돈을 썼을 때가 예쁜 옷이나 근사한 주택을 구입했을 때보다 만족감이 높았다. 물건은 남고 경험은 순간일 뿐이라는 생각 때문에 전자에만 돈을 쓰던 사람들이 알아두면 좋을 정보다. 연구진은 액수와 상관없이 물질적 구매보다 체험의 기회를 갖는 것이 후회할 확률이 더 적다고 말한다. 심지어 그 체험이 폭우가 쏟아지는 날의 등산처럼 고통을 유발하는 경우에도 말이다.
3, 시간을 구매하라. 네덜란드, 미국, 캐나다, 덴마크에서 시행된 하버드의 대규모 연구에서 ‘시간 구매’가 물건을 구입하는 것보다 행복에 더 많이 기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시간 구매란 인부를 고용해 집안일을 처리하는 것처럼 귀찮은 일들을 남에게 맡겨 여유시간을 확보하는 행위를 말한다. 시간 구매는 임금을 주고 다른 사람을 고용하는 거창한 일 뿐 아니라 사소한 일들에도 적용할 수 있다. 몇천원을 아끼기 위해 더 멀리 있는 할인마트에 가고, 집세를 아끼기 위해 통근시간이 더 들더라도 비교적 저렴한 곳에 거주하던 노력들을 정반대로 시행하면 된다. ‘생민’의 관점에서 보면 ‘스튜핏’ 한 일들이지만 행복 총량으로 따지자면 ‘그뤠잇’일 수 있다.
다섯째,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자
하버드대에서 하버드대 신입생과 보스턴 빈민층의 10대 남성, 총 724명을 75년간 추적 인터뷰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행복 관련 연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기간이 길어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연구이기도 하다. 결과는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돼 우리에게 익숙하다. 정답은 인간관계였다. 높은 학력, 부, 명예가 아니었다. 금수저이든 흙수저이든 어릴 때부터 가족과 친구, 이웃 등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한 사람일수록 80대가 넘어 고령이 되어서도 행복했다.
이 연구를 지휘했던 로버트 월딩거 교수는 행복이란 결국 좋은 인간관계의 축적이라고 말한다. 돈이나 출세 등 세속적 성공을 위해 좋은 인간관계를 희생시키는 것은 행복이란 관점에서 옳은 선택이 아니다.
여섯째, 행복한 사람 곁으로 가라
그러나 좋은 인간관계를 만드는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등장한 현실적 대안이 이미 행복한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는 “행복하려면 행복한 사람 곁으로 가라”라고 방송과 강연에서 주장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은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환경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주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인용한 크리스타키스와 파울러의 연구결과를 보자. 그들은 한 지역 공동체의 소셜 네트워크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림에서 연두색은 행복한 사람, 파란색은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비슷한 색끼리 뭉쳐있다는 것이다. 즉, 행복한 사람 주변에는 행복한 사람이 많고 행복하지 않은 사람 주변에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일부 파란 색은 네트워크의 끝에 존재하며 이는 주변 사람과의 관계 단절을 의미한다. 행복해지려면 일부러 노력해서라도 지금 행복한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일곱째, 반려동물을 길러보자
좋은 인간관계가 어렵다면 개든 고양이든 반려동물을 길러보자. 미국의 유머리스트 조시 빌링스(Josh Billings)는 “개가 지구상에서 개 자신보다 더 당신을 사랑하는 유일한 존재”라고 말했다. 개는 우리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애완동물이 주는 사랑, 즐거움은 우리에게 어떤 효과를 줄까. 미국심리학협회에서 2011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은 사람의 사회적‧정서적 지원의 중요한 원천이 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자부심이 크고,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외롭지 않았다. 자신의 상황에 상관없이 반려동물이 사회적 욕구를 충족하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이 정신건강 뿐 아니라 몸의 건강에도 좋다. 2013년 미국심장협회는 반려동물을 기르면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떨어지고 덜 뚱뚱해진다고 밝혔다. 산책시켜주는 등 신체활동이 늘어나 심혈관계 질환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여덟째, 하루 30분 햇볕을 즐겨라
햇볕은 눈을 통해 뇌를 자극한다. 이때 인간의 무드를 올려주는 세로토닌이란 신경전달물질이 만들어진다.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불행해지고 우울증에 빠진다. 햇볕은 뇌 속에서 멜라토닌을 분비시켜 숙면을 유도하기도 한다. 인간은 수백만년동안 매일 햇볕을 통해 좋은 기분과 깊은 잠을 위한 에너지를 얻어왔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햇볕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피부가 타고 주름이 생기는 등 미용적 목적 때문이다.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들이 햇볕을 기피한다. 자외선 차단크림을 바르고 운동할때 마스크와 선글래스로 얼굴 전체를 가리기도 한다. 피부를 위해선 그리고 눈의 백내장 예방을 위해선 과도한 햇볕을 피해야한다. 그러나 무작정 몰아내선 안된다. 행복을 위해 햇볕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햇볕을 현실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비타민 D다. 2017년 약리학 리뷰에 따르면, 햇빛을 통해 피부에서 생성되는 비타민 D는 신경세포 내 칼슘의 농도를 조절해 우울증을 예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 30분 정도 햇볕을 받으면 운동하는게 가장 좋다. 그러나 여의치 않다면 비타민 D라도 보충해주자. 비타민 D는 몸의 건강은 물론 기분을 향상시키는데도 도움을 준다.
아홉째, 통근시간을 45분 이내로 줄여라
통근시간은 의외로 중요하다.
2013년 스웨덴 우메아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11년동안 200만 가구의 기록을 조사한 결과, 한쪽 배우자가 매일 45분 이상 통근할 때 이혼 할 확률이 40%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통근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집안일이나 여가에 신경 쓸 체력이 없기 때문에 부부싸움이 잦아지고 결국 이혼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코넬대학의 연구에서도 장거리 출근자에게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더 높게 나왔다. 또한 그들은 출근 후 연구팀이 부과한 과제 수행을 더 힘들게 느꼈다. 연구진은 장기간 쌓인 스트레스가 만성 피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랜 출퇴근 시간은 배우자와의 사이도 멀어지게 만들고, 피로함도 많이 느끼게 한다. 콩나물 시루 같은 출퇴근 시간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많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지하철 혹은 차로 가로막혀 빡빡한 길 위에서 회사까지 순간 이동을 꿈꾸는 이들도 많다.
안타깝게도 한국인의 출퇴근 시간은 가혹하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통근 소요시간은 58분으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길다. 2위인 일본과 터키의 40분보다 18분이나 길다. 가장 짧은 스웨덴(18분)에 비해서는 3배가 넘는다. 행복을 위해 집과 일터의 거리를 적극적으로 좁혀보자.
열째, 스킨터치를 아끼지 말자
쾌락을 유도하는 가장 잘 알려진 호르몬이 도파민, 아드레날린, 엔돌핀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극적인 쾌감을 준다. 강렬하지만 중독적이고 자극적이다. 카드놀이하면서 원하는 패를 기다릴때 느끼는 짜릿한 기분을 연상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가 장기적으로 안정적 행복을 얻으려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이런 종류의 쾌락에 길들여지면 안된다.
오히려 반대 지점에 서있는 호르몬에 주목해야한다. 바로 옥시토신이다. 과거 옥시토신은 자궁을 수축하는 호르몬 정도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옥시토신이 모성애와 친밀감을 관장한다고 밝히고 있다. 마치 어머니가 머리를 쓰다듬어줄 때 느끼는 기분을 연상하면 쉽다. 근육이 이완되며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잠이 온다. 자극적이지 않지만 오래도록 편안하다. 옥시토신은 신기하게도 충실한 애정을 유도하기도 한다. 실제 옥시토신을 동물에게 투여하면 이 동물들이 자기 짝만 찾아다닌다. 아무리 멋있는 이성이 나타나도 곁눈질하지 않는다.
뇌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되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스킨터치다. 이미 아기 원숭이가 먹이를 주는 손보다 얼굴을 부빌 수 있는 털이 달린 손을 선택한다는 것은 스킨터치의 중요성을 강조한 널리 알려진 심리학의 정설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스킨터치에 인색할 이유가 없다. 키스하고, 포옹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보자. 옥시토신이 진정한 행복의 문을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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